월드컵 땐 치킨·맥주 관련주 수혜? 투자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2022.12.06 21:58 입력 2022.12.06 21:59 수정
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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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한겨울에 열린 월드컵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강추위가 무색할 정도다.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으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우루과이전이 열린 날에 가족들과 치킨을 먹을 계획이었다. 여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넉넉하게 경기 3시간 전에 시키면 되겠다 싶어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고 배달 앱도 주문하자마자 취소되어버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동네 치킨집들을 돌아다녔는데 대기 줄이 너무 길어서 결국 치킨 먹는 것을 포기했다.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니 5시간 전에 주문해도 치킨을 못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때가 되면 항상 치킨과 맥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거렸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촌에프앤비와 마니커의 주가는 월드컵 개최일까지 한 달간 각각 46%, 49%나 상승했고 제주맥주는 무려 64%나 올랐다.

잘나가던 주가는 월드컵 개최일부터 우하향하기 시작하더니 가나전에 석패한 다음날 아침부터 크게 하락하고 말았다. 주식시장에서 월드컵 16강 실패를 너무 섣부르게 예측한 것 아닌가 싶다.

과연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치킨과 맥주 매출은 많이 증가할까?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던 2018년 교촌에프앤비는 33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 대비 4% 증가한 것이었다. 단 2017년의 매출액 증가율 9%보다 성장이 둔화한 수치였다. 치킨 경쟁사인 제너시스비비큐는 오히려 2018년 매출액이 2% 감소했다.

신선육 제조사인 마니커 역시 2018년 매출액이 6% 가까이 증가했지만 2017년 매출액 증가율 11%보다 낮았다. 생닭 대장주인 하림은 2017년 매출액이 5% 증가했는데 월드컵이 열린 2018년 오히려 4% 감소했었다.

맥주 기업은 어떨까? 대장주인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액을 사업보고서에서 찾아보면 월드컵 대목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맥주 매출액이 7422억원이었는데 오히려 2018년은 4% 감소한 7139억원이었다. 소주와 맥주를 합산해서 실적을 발표하는 롯데칠성음료도 2017년보다 2018년의 주류 판매가 1% 감소했다. 여름철에 열렸던 월드컵 때도 이렇게 호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한 실적 증대는 더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맥주 기업들은 어땠을까?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 등 유명 맥주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글로벌 1위 기업인 벨기에의 AB InBev는 2018년 매출액이 546억1900만달러(약 71조원)로 2017년 대비 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2018년 매출액이 직전 연도 대비 4% 증가했지만 이는 예년 매출액 성장률보다 더 낮은 수치였다. 이들 기업의 주가 흐름을 찾아보면 월드컵 개최일 전에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에 맞춰 국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항상 요동쳤지만 해외 기업들은 조용한 편이었고 어느 기업이든 간에 큰 폭의 실적 성장은 없었다. 월드컵이 임박해서 주가 상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지만 정말 운 좋게 타이밍을 잘 잡은 사람들만 가능하다.

자칫 한창 오른 뒤에 매수했다가 큰 폭의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더 경계해야 한다. 투자는 기업의 기초체력 대비 저평가 여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지 운을 시험하거나 타이밍을 찍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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