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대주주가 행동주의 펀드를 너무 위협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2023.02.19 15:19 입력 2023.02.19 19:42 수정

한국의 행동주의 펀드매니저 1세대로 꼽히는 강성부 KCGI 대표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한국의 행동주의 펀드매니저 1세대로 꼽히는 강성부 KCGI 대표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한국에서 행동주의는 이제 시작이에요. 한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은 가치가 묻혀 있는 보물 창고거든요. 그걸 잘 캐내면 이렇게 좋은 금광이 없어요.”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행동주의 펀드’다. 이들은 대주주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기업에겐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됐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오르고 소액주주들에게 호응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를 두고 ‘단기 차익만 노리는 약탈적 행위를 벌인다’며 경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만난 강성부 KCGI(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 대표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행동주의 펀드매니저 1세대로 꼽히는 그는 2018년 KCGI를 설립한 뒤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벌이며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최규옥 회장의 퇴진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화제가 됐다.

-KCGI는 지난해 말부터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오스템임플란트를 지배구조 개선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오스템임플라트는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에서 판매량으로는 1등, 판매액을 기준으로도 4위 정도 하는 기업이다. 잠재력이 굉장한 기업인데, 벌어들인 돈을 대주주 외의 나머지 주주들하고 나눌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갸우뚱한 부분이 있다. 대주주인 최 회장 관련 각종 이슈들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회령 사태가 벌어졌다.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부분만 고치면 더 잘 될 회사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KCGI는 결국 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가 구성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이하 덴티스트리)의 공개매수에 응하고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엑시트(투자금회수)하기로 했다.

“덴티스트리가 등장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최근에 오스템임플란트도 그렇고 SM엔터테인먼트도 그렇고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 대주주가 제3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행동주의 펀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기업 매각을 결정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대주주가 행동주의 펀드를 너무 위협적으로 느낀 것 같다.

덴티스트리가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상장폐지를 결정한다면, 다른 주주들은 싼 가격에 스퀴즈아웃(강제축출)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펀드매니저로서 그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었다. 제가 버틴다면 저를 보고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소액주주들이 같이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그 상황도 걱정됐다. 덴티스트리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9만원은 오스템임플란트에 없던 신고가인만큼 아무도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또한 덴티스트리가 들어오면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배구조 개선의 8부 능선은 넘었다고 생각한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은 KCGI와 경영권 분쟁 중 백기사(우호지분세력)로 나타난 덴티스트리에 자신의 보유지분 일부(9.16%)를 매각하기로 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1대 주주가 된 덴티스트리는 공개매수로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15.4%~71.8%를 추가로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덴티스트리는 오는 24일까지 주당 19만원에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KCGI도 최근 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차익만을 노린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위 얘기하는 ‘먹튀’ 논란이다. 먹튀냐 아니냐는 투자 기간이 아니라 기업 가치 개선에 얼마나 이바지를 했는지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스템임플란트 투자기간이 본의 아니게 6개월 남짓으로 짧았다. 그래도 지배구조 개선에 많이 기여했으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펀드매니저는 결국 수익률로 이야기한다. 펀드매니저로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정당성에 대한 부분도 저한테는 놓칠 수 없는 가치다. 장하성 펀드가 오래 못 갔던 거는 수익률이 안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실패를 거울삼아서 더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기업을 바꿀 전략에 주력하고 있는 거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많아졌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KCGI가 몇 번의 성공을 거뒀고, 또 행동주의 펀드를 하는 다른 후배들이 꽤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눈으로 보여주는 성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주가가 오르고 성과가 날 수 있구나. 이런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돼야 한다. 성과가 쌓이면 더 많은 돈이 모일 테고,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더 빠르게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행동주의는 이제 막 시작됐다. 주식시장에 유행이 있지만, 행동주의라는 것은 업종도 가리지 않고 지역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비효율이 발생해 가치가 제대로 발현 안 되고 있는 회사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한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으로 가장 가치가 많이 묻혀 있는 보물창고다. 그걸 잘 캐낼 수 있다면 이렇게 좋은 금광이 없다”

-행동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워런 버핏도 행동주의 전략을 자주 썼다. 버핏이 주식을 사놓고 주구장창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들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버핏도 행동주의 전략을 많이 썼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주의를 하다가 잘 안될 수도 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뭔가 자꾸 요구하고 기업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개인 투자자 1400만명 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전 국민이 국민연금에 가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다. 기업이 돈을 벌면 대주주가 빼가는 것을 막아야 하고, 배당을 하고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주환원이 되고 주가가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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