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머니 100만원 묶여있는데 어떡하죠? 다 막힌 건가요?”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에서 7% 이상의 높은 할인률로 판매했던 해피머니 등 현금성 상품권이 25일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가 차단됐다.
전날 간편결제사들이 상품권의 페이 포인트 전환을 막은 데 이어, 편의점·영화관·서점 등 기존 가맹점에서도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상품권 발행사 해피머니 등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미등록 업체로 지급보증보험조차 들지 않았다. 멀쩡했던 상품권이 일순 ‘휴짓조각’이 됐지만 피해 보상은 요원해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등록 업체의 선불충전금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한 온라인 서점에서 해피머니로 결제를 시도하자 ‘제휴 상품권의 결제 시스템 점검 문제로 당분간 해피캐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재개일 미정)’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은 피해 호소글과 함께 보유 상품권을 처분하려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특히 티몬 등을 통해 할인 상품권을 대규모로 사들여 환불·마일리지 등으로 현금화하던 ‘상테크(상품권+재테크)족’ 사이에서 원성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사는 정산 지연 사태 직전, 티몬캐시 등 자사 선불충전금뿐 아니라 타사 상품권을 대량 할인 판매하며 부족한 현금을 ‘돌려막기’해온 것이란 의혹이 나왔다. 결국 이들 이커머스사의 정산 여력에 의문이 생기면서 상품권 거래도 함께 중단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티몬과 컬쳐랜드 발행사 한국문화진흥은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선불업체로 등록돼 있어 선불충전금의 100% 이상을 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을 이행해왔다는 것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2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고 발행 잔액 30억원을 넘는 업체는 선불업체로 등록할 의무가 있다. 컬쳐랜드 발행사 한국문화진흥은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인 2021년 발행 잔액이 30억원 미만임에도 선불업 등록을 마쳐, 현재 SGI서울보증에 9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보험을 든 상태다. 6월 말 기준 컬쳐랜드의 선불충전금은 770억2300만원이다.
문제는 해피머니다. 발행사 해피머니아이엔씨는 금융당국에 선불업체로 등록되어 있지 않고, 지급보증보험도 없다. 해피머니 이용약관에는 “본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보증 및 피해보상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고 명시돼있으며, 선불충전금 발행 잔액 규모도 공시되지 않았다.
양사의 202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해피머니아이엔씨의 수수료수익은 한국문화진흥(컬쳐랜드) 556억원의 2배가 넘는 1259억원이다. 2021년 컬쳐랜드가 선불업체로 등록할 당시 수수료 수익이 468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해피머니의 선불충전금 발행 규모는 기존 등록 업체를 상회하는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피머니아이엔씨는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야 선불업 등록 의무가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법은 선불업 감독 대상을 종전보다 확대한다. 선불충전금을 단 1개의 업종에만 사용할 수 있거나 선불충전금 연간 총 발행액이 500억원 이상인 업체도 추가로 선불업 등록 의무를 지게 된다.
다만 개정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선불업 등록을 피해 지급보증보험 가입 의무 등을 벗어나려는 업체의 일탈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선불업 등록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지만 모든 업체의 재무정보를 파악해 등록 여부를 검사할 수는 없다”면서 “등록 의무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이며, 미등록 업체에서 발생한 피해는 제도적으로 보상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티몬과 같은 이커머스가 미등록 선불업체를 통해 또다시 무리한 현금 융통을 하더라도 소비자 보호는 여전히 ‘규제 밖’에 머물게 되는 셈이다.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수년째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순식간에 ‘휴짓조각’이 된 판매 상품권에 대한 자체 보상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해피머니의 부채총계는 2960억원으로 자산총계(2406억원)를 웃돌았고 현금 보유량은 435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