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러의 마법, 축구장 50개 면적 동시 냉방 거뜬하네

2017.09.12 22:06 입력 2017.09.12 22:07 수정 이윤주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축구장 50개 면적에 달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의 냉방시설 ‘칠러’의 에너지원은 인근 일산복합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 온수다. 겨울에는 지역 난방을 위해 쓰이지만 난방이 필요없는 여름에 버려지는 온수를 냉방을 위해 끌어 쓰는 것이다.

칠러는 ‘차가운 물을 만드는 기계’다. 에어컨은 냉매인 프레온가스를 지속적으로 증발시켜 공기를 차갑게 만든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로 냉방을 한다. 실외기가 필요없고, 넓은 공간을 한번에 제어하기에 유리해 대형 쇼핑몰이나 병원, 산업단지 등 규모가 큰 공간에 많이 쓰인다.

LG전자는 지난달 개장한 스타필드 고양에 총 1만472RT(냉동톤) 용량의 흡수식 칠러를 공급했다고 12일 밝혔다. 1RT는 24시간 안에 물 1t을 얼음으로 만드는 냉동 능력으로, 통상 1RT 용량의 칠러로 26㎡(8평)의 공간을 냉방할 수 있다.

스타필드 고양에 설치한 칠러는 LG전자가 국내에서 상업용 건물에 공급한 제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약 100㎡(30평) 아파트 3700가구 혹은 축구장 50개 면적을 동시에 냉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칠러는 사용하는 동력에 따라 터보식, 흡수식 등으로 구분하는데 흡수식 칠러는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의 열을 빼앗는 원리로 작동한다. 기체 상태로 바뀐 냉매를 다시 액체로 만들어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기체를 흡수해서 열을 가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바로 여기에 일산복합발전소에서 나오는 95도의 뜨거운 물을 활용하고 있다. 효율이 높아 일반형 제품에 비해 15%가량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LG전자는 흡수식 칠러의 친환경·고효율을 위한 핵심 기술들을 100% 독자 개발했고,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냉매 순환 설계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또 냉매와 맞닿아 있어 부식이 자주 발생하는 열교환기에는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부품의 부식 속도를 기존 대비 24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내구성도 확보했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 진출한 뒤, 공조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기관인 BSRIA에 따르면 세계 공조 시장은 800억달러 규모이며 이 가운데 칠러는 청소기 시장 규모와 비슷한 약 140억달러(약 16조원)로 추정된다. LG전자는 냉방 수요가 많은 중동과 한국 기업의 진출이 많은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연간 1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 평택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하며 역량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서남물재생센터, 스타필드 하남, 파라다이스시티 등 국내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청사, 킹칼리드 국제공항, 중동 및 동남아 지역 발전소 등 대규모 B2B 공조 프로젝트에 칠러 제품을 공급했다. 이감규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공조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이 높은 솔루션을 제공하며 B2B 공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