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결합 심사 보류…암초 만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2022.11.15 21:56 입력 2022.11.16 01:15 수정

경쟁시장청, 독과점 해소 요구…21일까지 시정조치 제안서 제출해야

대한항공 “최종 결론 아니다”…미·일·중·EU 결합 심사에 악영향 촉각

5개국 중 1곳이라도 불허 땐 합병 불발…16일 미국 결정, 분수령 될 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결합 필수신고 대상국인 영국이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하락’ 가능성을 들어 합병 결정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단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서비스 품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대한항공에 독과점을 해소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21일까지 시장 경쟁성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 제안서를 CMA에 제출해야 한다. CMA는 이달 28일까지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용해 기업결합을 승인하거나,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심층적인 2단계 조사에 착수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MA 발표는 기업결합심사 중간 결과 발표로 최종 결정이 아니다”라며 “영국 당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영국의 이번 결정이 미국과 EU 등 주요국 합병 심사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 EU, 일본, 중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영국을 포함해 이들 5개국 중 한 곳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두 항공사의 통합 출범은 불가능해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이번 판단을 EU가 모른 척할지는 미지수”라며 “중국과 일본은 외교 문제도 있어 두 항공사 합병이 사실상 ‘시계 제로(0) 상태’가 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재편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이들이 보유한 LCC의 메가통합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진에어를 기존 한진그룹 자회사에서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했고 아시아나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의 승인 여부다. 세계 항공시장의 ‘큰손’인 미국이 영국과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승인한다면 통합 작업이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미국은 16일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 6월 “올해 말까지 미국, EU 등 경쟁심사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20년 11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 논의 시작과 함께 기업결합심사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나라는 총 14개국이다. 그동안 승인 국가는 9곳(튀르키예,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한국, 호주)이고 본심사가 진행 중인 곳은 3곳(미국, 중국, 영국), 사전심사를 진행 중인 곳은 2곳(EU, 일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과 화물 운송 실적은 19위와 29위다. 두 회사가 통합되면 7위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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