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석유화학 등 대중국 수출 급감…리오프닝 효과 미미

2023.03.01 20:50 입력 2023.03.01 22:54 수정 박상영 기자

수출 5개월 연속 감소…끝 안 보이는 경기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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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증가율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중 모바일 수요 부진 등 영향
아세안 수출시장도 ‘흔들’
수출용 중간재 비중 큰 한국
중 내수 집중 선택 땐 ‘타격’

수출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 부진 충격에 중국을 넘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수출마저 급감한 모습이다. 특히 중국이 내수 회복에 집중한다면 한국의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39.0%)를 비롯해 디스플레이(-43.5%), 석유화학(-29.5%) 등 대다수 품목에서 급감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이 힘을 쓰지 못하는 데는 일단 중국의 경기 부진 영향이 크다. 중국 내 모바일 수요 부진으로 한국 반도체 수출도 함께 줄었다.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 등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 최종재를 수출하는 산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한 건설기계 수요가 줄며 일반기계 수출도 10.3% 감소했다. 한편으론 중국이 자국산 제품 공급에 방점을 두면서 석유화학 수출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내수 회복에 집중할 경우 리오프닝 효과는 줄어들 것으로 경제 전망기관들은 보고 있다. 대중 수출 품목이 내수 소비재보다는 반도체 부품이나 석유화학 등 수출용 중간재 비중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3일 “중국 경제 회복이 과거와 달리 투자재가 아닌 소비재 중심으로 회복되면,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이 예전만큼 효과를 볼 수 있겠나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중국 리오프닝이 예상보다 빨라짐에 따라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2.0%포인트 높은 5.0%로 잡으면서, 한국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를 0.3%포인트로 추산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약 절반 수준에 그친다.

중국으로 수출은 부진한 데 비해 중국산 수입은 5.9% 늘며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는 11억4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한국은 2차전지 양극재의 주요 원료인 수산화리튬 등을 중국에 대부분 의존하면서 대중 무역수지가 5개월째 적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던 아세안 수출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신흥시장으로 꼽혔던 아세안은 지난해 10월(-5.7%)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뒤, 지난달에는 16.1%나 줄어드는 등 5개월 연속 떨어졌다.

핵심 시장인 베트남으로 수출이 줄며 대아세안 수출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D램 등 반도체 수출이 35.7% 줄었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TV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수출도 37.3% 감소했다. 여기에 각국의 친환경정책 기조 강화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 수요가 줄며 석유화학 수출까지 36.7% 줄어들었다.

반면 대미국 수출은 자동차(62.8%), 2차전지(42.3%) 등이 호조세를 보이며 16.2% 늘어났다. 이에 지난해 한국의 ‘2위 수출시장’이던 아세안은 미국에 자리를 내줬다. 대미 수출은 최근 1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나더라도 서비스업 중심의 회복이라면 효과가 예전만큼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에나 반도체 업종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에는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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