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가 하루 2시간 이상 TV·스마트폰 등 미디어에 과다하게 노출되는 경우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 연구팀은 2013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사회성 발달 지연 진단을 받은 아동 96명(만2~3세)과 정상 소견을 보인 대조군 101명(만1~4세)을 대상으로 보호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30일 밝혔다.
사회성 발달 지연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잠정 진단을 받은 아동 26명과, ASD는 아니지만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70명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사회성 발달 지연군에서는 만 2세 이전에 미디어를 시청한 비율이 95.8%에 달했다. 대조군은 59.4% 수준이었다. 조사 당시 아동의 미디어 시청 시간이 하루 2시간 이상인 경우는 사회성 발달 지연군이 63.6%, 대조군이 18.8%였다.
미디어 시청 시 보호자 동반 여부에 따라서도 차이가 컸다. 사회성 발달 지연군의 77.1%는 부모의 감독 없이 혼자 미디어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상 소견인 대조군에서는 38.6%만 부모 동반 없이 미디어를 시청했다. 시청 프로그램의 유형에서도 영어, 동화 등 교육 프로그램을 시청한 비율이 사회성 발달 지연군보다 대조군에서 높았다.
연구팀은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를 양육하기가 더 어렵다 보니 이런 아이들이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시각적 자극을 주는) 스마트폰 노출 증가와 (관심 영상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ASD 위험 요인을 가진 유아의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노출이 아동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논란이 있지만, 미국 소아과학회(AAP)에서는 2세 이전 미디어 노출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앞서 해외 연구진이 진행한 뇌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관찰연구에서는 영유아의 미디어 노출은 뇌의 인지 기능 전반을 활성화하기보다는 주로 시각 피질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뇌 발달을 훨씬 더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어린 나이에 긴 시간 미디어에 노출되면 부모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며 “유아의 기억력, 주의력, 인지력의 한계와 미디어의 일방향성으로 인해 뇌 발달 민감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는 소아 건강 분야 국제학술지(Global Pediatr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