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지금보다 3배로 늘린다. 기후변화로 사과 재배 적지로 떠오른 강원도를 중심으로 산지 규모를 2배 가량 확대하고,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를 새로 조성한다. 생산자단체는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이런 내용의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은 지난해 각 5만톤, 4만톤 수준에서 2030년 15만톤, 6만톤으로 확대한다. 이는 2030년 예상 생산량의 약 30%에 해당한다. 계약재배는 생산자단체와 농협이 생산량과 가격을 사전에 정해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사과는 특히 계약재배 물량 중 최대 5만톤을 지정출하 방식으로 운용한다. 지정출하는 출하시기뿐 아니라 출하처와 용도까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올해처럼 가격 등락 폭이 클 때 정부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대형마트나 중소형 마트 등에서 물량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특정 유통 경로에 직접 출하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며 “올해처럼 수급 상황이 어려운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과·배 재배면적의 1~16% 수준인 3대 재해(냉해·태풍·폭염) 예방시설 보급률도 2030년까지 30%로 늘린다. 대상은 재해 피해가 빈번한 경북 청송·전북 무주 등 상위 20개 위험지역으로, 방상펜·비가림·방풍망 등을 우선 보급한다. 농식품부는 재해예방시설을 30%로 확대할 경우 재해 피해를 약 31%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사과 재배지가 북상함에 따라 강원도를 사과 주산지로 확대·육성한다. 정선·양구·홍천·영월·평창 등 강원 5대 사과 산지 재배면적을 지난해 931㏊에서 2030년 2000㏊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위기에 상대적으로 강한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도 조성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스마트 과수원은 나무 형태와 배치를 단순화해 노동력을 기존 과수원에 비해 30% 정도 줄이고, 햇빛 이용률을 높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내년에 5개소가 신규로 조성되며, 2030년까지 총 60개소(1200ha)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는 전체 사과 재배면적의 4% 수준(1200㏊)으로, 여기서 국내산 사과의 8%를 공급하게 된다.
유통구조 효율화도 추진한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 경로를 1~2단계 단축하고 유통비용을 10% 가량 절감한다. 사과의 경우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현재 0%에서 15%로 늘리고,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은 현 60.5%에서 30.0%로 낮춘다.
사과 생산자단체는 취지와 방향성은 공감하면서도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권혁정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정책실장은 “2022년엔 물량이 과잉 공급돼 농가가 너무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이번 대책에서 생산량 과잉에 대한 대비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현재 10~20㎏인 경매 포장 단위를 3~5㎏ 수준의 소포장 단위로 바꾸면 농가와 소비자 모두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포장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