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개방도’ 서로 다른 진단…한은 “낮아서 가격 변동에 취약” 농식품부 “너무 높아 부작용 커”

2024.06.23 15:22 입력 2024.06.23 19:09 수정

지난 4월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과일. 연합뉴스

지난 4월1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수입과일. 연합뉴스

‘농산물 시장 개방’ 수준을 두고 한국은행과 정부가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수입 비중이 작아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다른 국가에 비해 개방도가 이미 높은 수준이며, 개방을 더 확대하면 농산물의 해외 수입 의존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한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8일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농산물의 낮은 수입 비중으로 인해 국내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주요국과 비교해 농식품 물가가 훨씬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 보고서는 농산물 개방도를 ‘수입량/(수입량+국내생산량)’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2021년 기준 과일 수입 개방도는 한국 35.1%, 미국 71.8%, 유로 48.7% 등이다. 채소는 한국 24.3%, 미국 42.5%, 유로 45.8% 등이다. 보고서는 “미국 등 주요 농업 수출국과의 지리적 원거리 등으로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의 수입이 어렵고, 운송비용도 높아 수입을 통한 과일과 채소의 공급 비중이 미국이나 유로지역 등에 크게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소비자 선택 범위를 넓히고 가격 안정화 효과를 보려면 수입 물량을 확대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농산물 시장 개방도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르다. 특히 과거에 비교했을 때,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농식품부는 농업부문 국내총생산(GDP) 대비 농업교역액(수입+수출) 비율을 개방도(무역개방도)로 보고있다. 이 기준에 따라 세계은행(WB)에 공개된 한국의 농업부문 무역개방도(농림수산업 부가가치 기준)는 1999년 28%에서 2022년 46%로 크게 늘었다. 분모인 농업부문 GDP를 100원으로 봤을 때 농업교역액이 1999년 28원이었으나 2022년 46원으로 64% 증가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농업부문 무역개방도 평균치는 36%에서 44% 오르는데 그쳤고, 호주는 39%에서 21%로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

‘농산물 개방도’ 서로 다른 진단…한은 “낮아서 가격 변동에 취약” 농식품부 “너무 높아 부작용 커”

농식품부는 한은과 개방도 개념 정의가 다른 이유에 대해 “국제적으로 무역개방도를 분석할 때 흔히 GDP 대비 교역액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한은의 해당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지난 19일 “개방 부문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며 “GDP 중 교역량 비중을 개방 수준으로 봐야 하고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너무 개방도가 높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입 확대와 같은 개방 일변도 정책이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해외 수입 의존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일 등 전 세계 농산물 시장은 주요 생산국들이 생산량을 좌우하는 독과점 구조에 가깝고, 지금도 작황 상황과 전쟁 등 자국 이슈에 따라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반복되면서 국내 농산물 물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입선을 다양하게 확보하면서 동시에 대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국내 생산 기반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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