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밥도둑
2024.07.30 07:00 입력 2024.07.30 20:29 수정 안광호 기자

‘AI 기반’ 온실 자율주행 로봇·반려동물 질병 진단 앱

“애그테크 기업 육성은 선택 아닌 필수”

로봇이 작물 파종과 수확을 하고, 자율주행 트랙터가 밭을 일군다. 인공위성 데이터를 통해 고랭지 배추의 수확량을 예측하고, 무인기(드론)가 상공에서 방제를 한다. 사람은 스마트폰 터치로 이 모든 작업을 원격 관리한다. 가까운 미래, 우리 농업의 모습이다.

제3의 농업혁명으로 불리는 애그테크(Agtech)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애그테크는 전통 산업인 농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최신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것이다.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식량위기 등 농업이 겪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는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찰용 헤르마이가 온실 안에서 작물의 생육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아이오크롭스 제공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찰용 헤르마이가 온실 안에서 작물의 생육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아이오크롭스 제공

온실 밖에서 원격으로 작물 관리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완전 무인화 농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경북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기자와 만난 조진형 아이오크롭스 대표는 직접 개발한 로봇 헤르마이(HERMAI)가 머잖아 파종부터 수확까지, 작물 재배의 전 과정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오크롭스 대표작인 AI 기반의 헤르마이는 온실의 예찰, 운반, 방제 등 3가지 종류로 기능한다. 각각의 상단부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호환이 가능하다.

온실에서 직접 본 예찰용 헤르마이는 1000㎡ 규모(약 300평) 온실에 꽉 들어찬 5~6m 높이의 오이나무 사이를 쉼없이 오갔다. 길게 뻗은 라인 위를 이동하며 오이의 잎과 열매 등의 생육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주업무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는 작물 높이에 따라 오르내리며 잎과 열매의 색깔, 크기 등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스마트팜 통합 운영 솔루션인 아이오팜(ioFarm)은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육을 예측하고 온·습도 조절과 자동관수 등을 원격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측한 수확량의 정확도는 약 90%다. 작업 중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 자율주행한 후 작업자가 원격으로 설정한 경로로 되돌아온다.

운반용 헤르마이는 작업자가 수확물을 적재하면, 설정한 장소까지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작업자의 노동력과 이동시간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높아진다. 단순히 수확물만 옮기는게 아니라 작업자별, 라인별 수확량 등을 데이터로 축적한다. 또 다른 로봇인 방제용 헤르마이가 오이나무에 방제를 하면, 작업자는 유해성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이 모든 작업은 온실 밖에서 직원이 온라인으로 원격 조정할 수 있다.

아이오크롭스의 헤르마이와 아이오팜은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세계농업인공지능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고, 성장 가능성이 큰 ‘아기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경남 밀양에 1만2000평 규모의 파프리카 농장도 자체 운영 중이다.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는 8월부터 600평 규모의 토마토 온실도 추가로 운영할 예정이다.

3종 헤르마이 중 예찰 로봇은 지난해, 운반과 방제 로봇은 올해 각각 테스트 단계를 통과해 현재 모두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조 대표는 “헤르마이가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작업자의 눈과 노동력, 농장과 온실의 관리 등을 일부 대체하는 정도까진 올라와 있다”면서 “최종단계인 수확까지 수행 가능한 헤르마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으로 반려동물 질병 상태 확인

반려견 보호자가 에이아이포펫이 개발한 앱 티티케어를 활용해 반려견의 눈을 촬영하는 모습. 에이아이포펫 제공

반려견 보호자가 에이아이포펫이 개발한 앱 티티케어를 활용해 반려견의 눈을 촬영하는 모습. 에이아이포펫 제공

또 다른 애그테크 기업인 에이아이포펫은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의 질병을 진단하고, 양육 지원을 서비스한다. 자체 개발한 앱 ‘티티케어(TTcare)’로 반려동물의 눈이나 피부를 촬영하면 약 20가지의 안구와 피부의 질병 증상을 탐지해 알려준다. 질병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 사진 200만장 이상을 학습한 결과를 기반으로 AI가 판단하는 것이다. 탐지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또 개와 고양이의 접종 일정, 체중(비만), 식사량 등 정보와 대소변, 몸무게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관리해준다.

대기업에서 AI·빅데이터 전문가로 20여년간 경력을 쌓은 허은아 대표는 “세계 최대 반려동물 시장인 미국에서도 반려동물의 대소변 사진을 보고 수의사가 상담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반면 우리는 티티케어를 통해 비대면으로 상세한 질병상태를 미리 확인받을 수 있다”며 “현재는 국내 동물병원의 티티케어 서비스 가입을 늘리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비대면 동물진료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최근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로 승인되면서 일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진 상태다.

티티케어는 2020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국내 최초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2022~2023년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3개월 넘게 티티케어를 이용했다는 반려견 보호자 이주현씨는 “초진 때 병원에 들러 반려견과 보호자 정보를 병원에 등록하면, 이후엔 동물병원을 가지 않아도 반려견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애크테크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농업과 농촌의 고령화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그테크 기업의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기사 어떠세요?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