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낙농가, 가격 유지키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영향
‘가공용’은 ℓ당 5원 내리기로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원유값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원유값 동결은 2020년 이후 4년 만으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 이사 7명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이날 오전 14차 회의를 열고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1084원으로 유지된다.
치즈와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5원 내리기로 합의했다.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다음달 1일부터 ℓ당 882원으로 내려간다.
양측은 지난달 11일부터 원유값 협상을 벌여왔다. 올해 원유값은 농가 생산비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ℓ당 최대 26원까지 올릴 수 있었다. 낙농가는 26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 유업계는 동결로 맞섰다. 중재에 나선 농식품부는 물가 자극과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한 달 보름 넘게 진행된 협상 끝에 흰 우유 소비 감소세와 고물가 상황 등을 반영해 상생 차원에서 낙농가가 동결안을 수용하면서 올해 원유값 협상이 마무리됐다. 음용유 기준 원유값 동결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원유 가격은 2016년 인하(ℓ당 18원) 이후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 제도 개편으로 생산비 상승 상황에서도 최초로 가격이 동결됐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유업체들도 흰 우유 제품 가격을 동결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올해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원유값 동결을 결정한 낙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추는 대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발표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에서 2030년에도 원유 생산량을 현 수준인 200만t으로 유지키로 했다. 흰 우유 소비 감소 등 대외 여건 악화에도 낙농산업 기반을 지원하기 위해 치즈,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활용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또 수요처를 발굴해 유제품 자급률을 현 44% 수준에서 2030년 48%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낙농산업에 진입하려는 청년농 등을 위해 기준 원유량(쿼터)과 시설을 빌릴 수 있게 하는 제도도 도입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원유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한편, 사양 관리 개선 등을 통해 생산비를 안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