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까지 사면 2만원’ 영화관 티켓값 논란···폭리일까, 생존전략일까

2024.09.15 13:00 입력 2024.09.15 13:18 수정

지난 5월15일 서울의 한 영화관의 범죄도시4 홍보물. 문재원 기자

지난 5월15일 서울의 한 영화관의 범죄도시4 홍보물. 문재원 기자

“요즘 영화관 갈 일이 별로 없죠. 영화 1편 보는 값이 OTT 한 달 이용권보다 더 비싼 데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코로나 전까지는 한 달에 한 두 번은 영화를 보러 갔지만 최근 1년간은 영화관에 간 횟수가 손에 꼽는다고 했다. OTT서비스 만으로도 영화를 충분히 볼 수 있는 데다, 영화 티켓값도 올라 ‘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인가’ 따져보게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혼자서 영화관에 갈 일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면서 “웬만한 건 ‘나중에 OTT에 올라오면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관 티켓값은 2D·주말 가격 기준으로 1만5000원이다. 코로나 전후 1만2000원이던 티켓가격이 최근 3년 새 20~30% 가량 올랐다. 팝콘 같은 먹거리까지 구매하면 영화 한 편 보는 데 드는 비용만 2만원이 훌쩍 넘는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는 같은 기간 크게 줄었다. 한국영화배우조합·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영화인연대에 따르면 올해 극장 관객수는 지난 8월25일까지 8450만명으로 2019년 대비 56% 수준이다. 영화인연대는 멀티플렉스 3사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차례나 티켓값을 올린 것이 영화산업 침체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티켓값 인상은 공정성 논란으로도 번졌다. 참여연대·영화인연대 등은 지난 6월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 티켓값을 담합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은 “멀티플렉스 3사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 3년 동안 한두달 간격으로 주말 기준 1만2000원인 티켓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올렸다”면서 “가격 인상 이유로 코로나19를 들었는데 이제 코로나가 종식됐고 CGV도 흑자로 전환했으니 코로나19 이전으로 가격을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26일 서울 용산구 CGV 본사 앞에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티켓값 담합 및 폭리 혐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26일 서울 용산구 CGV 본사 앞에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티켓값 담합 및 폭리 혐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시 잠잠해졌던 티켓값 논란은 지난달 다시 불붙었다. 유명 배우 최민식은 지난달 17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나와 “지금 극장 값이 많이 올랐다. 좀 내려야 한다.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면서 “이 사람들(극장산업)도 코로나19 시기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라 이해는 가지만 굉장히 부담되는 가격은 맞다”고 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공감이 간다’ ‘용기 내 목소리를 내줬다’는 반응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반응이 같이 나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영화티켓값은 주요국보다 비싼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물가데이터 제공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화티켓 값은 11.17달러(1만5000원)로 세계 96개국 27위다. 주요20개국(G20) 중에서는 9위로 평균 수준이다.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티켓값 비중은 0.033%로 미국(0.016%), 독일(0.025%), 영국(0.027%)보다 높다. 소비자가 영화티켓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소비자 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영화티켓값으로 ‘8000원~1만원’(38.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 3월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 3월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 이후 인건비와 전기료 등 비용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티켓값 인상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한국영화산업은 아직 팬데믹 이전에 비해 60%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영화도 많아졌다”면서 “영화 제작단가 상승, 물가 상승에 따른 각종 고정비용 부담 등으로 영화관람료 인상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티켓 정가보다는 객단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화 객단가는 9698원이다. 극장에서 판매하는 티겟값은 1만5000원이지만 통신사 할인 등을 통해 실제로 소비자가 내는 가격은 그보다 5000원 가량 낮은 것이다. 객단가는 지난해 1만80원에서 올해 소폭 하락했다. 객단가는 2020년 8500원 수준에서 4년 간 1000원 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영화티켓값 인상 폭만큼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최근 객단가를 낮추면서 업계 상생을 꾀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CGV는 기존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영화티켓값을 50% 할인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확대한 ‘컬쳐위크’ 행사를 지난달 26~29일 진행했다. CGV는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작자, 배급사와 협의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했다. 이에 영화인연대는 “해당 제작사·배급사의 부당한 권리 침해가 없었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CGV를 포함한 극장 3사가 티켓값 인하·불공정한 정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 논의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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