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 확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살처분 마릿수가 적어 축산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가축전염병이 가을철에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경기 여주의 한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했다. 제1종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은 모기 등에 의해 소가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감염된 소에서 고열, 피부 결절(혹) 등 증상이 나타나며 소의 유산이나 불임, 우유 생산량 감소 등을 유발한다. 폐사율은 10% 이하다.
럼피스킨은 올 들어 4차례 확진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12일 경기 안성에서 올해 첫 보고된 이후 같은 달 31일 경기 이천, 지난 11일 강원 양구, 18일 경기 여주 등에서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다만 이번 럼피스킨 발생으로 살처분된 소가 5마리에 그친다며 소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럼피스킨 확진 농장의 소를 모두 살처분했지만, 현재는 럼피스킨에 감염된 소만 살처분하고 있다. 다만 가을철 확산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김종구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이날 열린 럼피스킨 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늦더위가 지나면 주요 매개곤충인 침파리와 모기 등의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지자체에 곤충 방제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연휴 직전인 13일엔 전북 군산 만경강 하류에서 채취한 새 분변에서 H7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확인됐다. 고병원성 여부는 수일 내로 확인될 전망이다. 지난달 12일과 31일엔 경북 영천 양돈농장과 경기 김포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각각 보고됐다.
가축전염병은 주로 가을철에 확산한다. ASF의 경우 야생멧돼지 이동이 활발한 9~10월에 확진 사례가 늘어난다. 2019년 이후 국내 양돈농장에서 ASF는 모두 46건 발생했는데, 이중 9월과 10월에 각각 14건(30%), 8건(17%)이 발생했다. 럼피스킨도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첫 발생해 11월까지 100건 넘게 발생했다. 고병원성 AI도 겨울 철새 도래 초기인 10월부터 주로 확산한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수의대)는 “베트남과 중국 등 주변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고, 이상기후로 모기 등 매개곤충과 철새가 크게 늘고 있어 올해도 1종 가축전염병 4개가 모두 발생한 지난해처럼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방역당국의 백신 보급이 늘고, 살처분 규모가 크지 않아 당장 축산물 수급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