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콜 차단’ 행위에 시정명령…4개 경쟁사 중 3곳 ‘고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 역대 네번째 큰 규모…법인 고발도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 택시회사 소속 기사의 호출을 차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는 2일 영업상 비밀을 제공하도록 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자사의 택시 일반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724억원(잠정)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사업과 일반호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플랫폼사업자다. 일반호출은 가맹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중형택시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호출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일반호출 서비스를 시작해 2022년 기준 중형택시 앱 일반호출 시장 점유율이 96%에 달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든 택시의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에게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5월 타다·우티·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4개 경쟁사업자에 일반호출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지불케 하거나, 가맹 택시기사 정보와 택시운행 동선 등 정보를 제공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를 거절할 경우 해당 사업자 소속 기사가 카카오T 앱 일반호출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반반택시·마카롱택시 2개사는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제공된 정보들은 택시 운영이 많은 지역과 시간대를 분석하는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용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약을 맺지 않은 사업자 소속 택시기사의 일반호출을 차단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우티의 1만1561개 기사 아이디 및 2789개 차량번호를 차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다에 대해서도 2021년 11월까지 771개 기사 아이디를 차단했다. 타다는 일반호출 차단 조치 이후 가맹기사들의 가맹해지가 폭증하자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시장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올랐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경쟁사업자는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됐다. 유일하게 남은 우티의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 수준이다.
6년차 택시기사 정모씨는 “경쟁회사의 가맹택시기사로 일했는데 2022년 갑자기 카카오 콜이 들어오지 않아 당초 500만원 정도이던 수입이 반토막 났다. 무더기로 콜이 끊겼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택시 외관을 카카오 택시처럼 바꾸고 이를 인증한 뒤에야 콜이 정상적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택시기사와의 상생안을 포함한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공정위는 방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고 법 위반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으로 사업자 간 가격과 품질에 의한 공정 경쟁이 저해됐고, 택시기사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도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련 매출액 1조4000억원(총액법 기준)의 5% 수준인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