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르네상스’ 시즌2···오세훈, ‘용적률 최고 1700%’ 용산국제업무지구 재추진

2022.07.26 11:19 입력 2022.07.26 17:51 수정

서울시가 구상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구상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일대를 국제업무지구로 만드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용적률 1500% 이상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선 업무·상업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안이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구상했던 계획의 연장선이다.

개발은 공공에서 먼저 12조원 가량을 투자해 부지·인프라를 조성한 뒤 민간이 구역을 쪼개 들어오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1만호 건설이 거론되기도 했던 주택 비중은 5000호 수준으로 줄었다.

오 시장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하며 “지난 임기 때 추진했던 사업이 2013년 최종 무산된 후 방치돼 추진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제시한 용산정비창 일대 개발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구역은 용산정비창과 선로 부지, 용산 변전소·용산역 후면 부지 등을 포함해 총 약 49만3000㎡ 규모다. 여의도공원의 2배, 서울광장의 40배에 달한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 불리며 수십 년간 각종 구상이 거론된 용산정비창 일대 개발안은 번번이 이뤄지지 못했다. 2007년에도 오 시장이 31조원을 들여 용산국제업무시설 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으나 이듬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 시기를 겪으며 시행사 부도를 시작으로 좌초된 후 2013년 구역지정이 해제돼 결국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업무·상업·거주 등 도심 기능 집적
주택 비중은 30% 이하로

이번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 역시 일자리·주거·여가 등 여러 기능을 복합한 공간으로 오 시장이 앞서 추진했던 구상과 비슷하다. 특히 서울시는 주거·상업·업무 기능이 복합된 고밀도 개발을 위해 이곳을 서울 첫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용도지역에 따른 입지규제를 받지 않고, 법적 상한 용적률 1500%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외국 기업 유치와 외국인 정착을 위해 국제교육시설·병원도 들어선다.

오 시장은 “용적률은 평균 120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층은 1500% 이상, 1700%까지 올려 입체화된 구조에 효율화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통체계는 지하에 조성해 차량은 땅 아래서 오가고, 지상은 절반 이상을 녹지로 만든다. 녹지와 보행로는 용산역에서 용산공원, 한강까지 잇는다.

서울시가 용산정비창을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며 지상의 절반 이상을 녹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용산정비창을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며 지상의 절반 이상을 녹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조감도. 서울시 제공

개발 공간의 70% 이상은 업무·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채우기로 했다. 이에 주택 물량은 2020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만호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주택은 5000호, 오피스텔 1000호가 예정돼 있다. 공공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이 정한 25% 수준으로 확보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용산전자상가 등 주변까지 연계하면 주택 공급은 1만호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연이은 업무지구 개발 계획
업무 수요 확대될 계기 있나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완성되면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중심지로서의 전 세계 기술 기업이 입주를 원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 도심 업무 공간의 과잉공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서울시는 종로구 세운지구 일대도 고밀도 개발을 통해 업무와 주거가 복합된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추진 중이다.

용산은 기술(테크) 기업 중심으로 유치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지만 큰 차별화는 보이지 않는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0여 년 전 사업 난항에는 수요 부족의 원인도 있었다”며 “산업구조, 서울의 상황 등이 달라져 오피스 수요가 과거보다는 늘었다고 해도 도심 공실을 늘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이어 “종로와 강남을 업무 중심으로 개발 중인데 서울 마지막 개발 부지인 용산까지 같은 용도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발표한 사업 대상 구역은 용산정비창과 선로 부지, 용산 변전소·용산역 후면 부지 등을 포함해 총 약 49만3000㎡ 규모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발표한 사업 대상 구역은 용산정비창과 선로 부지, 용산 변전소·용산역 후면 부지 등을 포함해 총 약 49만3000㎡ 규모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앞서 민간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주도해 구역 전체를 개발하는 방식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서울시주택도시공사(SH)와 코레일이 지분을 각 30%, 70%씩 갖고 공동의 사업시행자로 나서기로 했다.

공공에서 부지와 인프라를 우선 조성한 뒤 민간은 부지를 쪼개서 구역별 개발을 맡아 전체 지구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SH와 코레일이 ‘용산개발청’(가칭)이라는 전담조직을 꾸려 약 7조5000원을 투입한다. 코레일은 토지(5조5000억원)를 SH는 개발 비용(2조원)을 투자한다. 용산역 인근에 코레일이 건물을 지어 임대·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총사업비 12조5000억원 정도가 들어갈 예정이다.

이 같은 방식이 사업 추진의 동력이 될 수 있으나 공공성이 확실하게 담보하지 못하면 민간의 투자 위험만 줄여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책무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장치로는 좋지만 ‘개발 공익 실현’ 측면보다 ‘민간 대신 리스크 부담’이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개발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여의도 IFC의 ‘먹튀’ 논란처럼 공공의 땅에 특정 업체만 특혜를 받았던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토지임대부 업무지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
개발 수익 환수 등 공공성은?

서울시는 전체 부지에 공원·도로·학교 등 기반시설 비율을 40%까지 늘려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항공교통(UAM)과 GTX·지하철 등이 지나가고 복합환승센터 개념의 ‘모빌리티 허브’를 조성해 혁신 교통체계까지 갖춘 입체복합공간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녹지율도 50% 이상 확보하면 북한산에서 도심, 남산과 용산공원을 지나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한강까지 서울의 남북 녹지축도 완성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개발 수익을 어떻게 공공으로 환원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확정된 것은 없으나 민간 개발의 경우 도시계발계획을 세울 때 공공기여 등으로 이익을 환수할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한 뒤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2025년 앵커부지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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