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예산 집행률이 7월 말 기준 1% 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노선 예산 집행률도 7%대에 그쳤다. 두 노선의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는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민자 사업의 구조 상 정부의 재정 투입이 후순위로 미뤄진 것일 뿐,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2030년 B노선 완공, 2028년 C노선 완공’이라는 정부 목표치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착공에 들어가는 GTX-B노선 예산은 총 1212억300만원이었다. 이 중 7월 말까지 정부가 실제 집행한 금액은 13억3000만원(1.1%)에 불과했다.
예산 집행이 저조했던 건 토지 보상이 늦어진 탓이 크다. 정부는 올해 착공에 따른 토지 보상비를 총 1170억원 책정했는데, 7월 말까지 실제로 집행한 액수는 13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가 절반 이상 지났지만 목표로 했던 토지 보상금의 1% 밖에 사용하지 못한 상황이다.
예산 집행률이 저조하기는 GTX-C노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C노선에 편성된 1880억4900만원 중 7.4%에 해당하는 140억만 실집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4분기에 집행이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며 “토지 보상이 예상보다 미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GTX-B와 C노선은 올해 착공식을 열었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상 철도 공사는 착공 직후 재정 투입이 늘어났다가, 공사가 마무리될 쯤에는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GTX-B 노선 예산을 2024년 1212억300만원→2025년 2570억6600만원→2026년 2937억8900만원으로, C노선 예산을 2024년 1880억4900만원→2025년 2770억8800만원→2026년 3166억7200만원으로 점차 늘려갈 계획(2023~2027년 중기재정계획)이었다.
하지만 내년도 GTX-B·C노선 예산은 올해보다 각각 45%, 82% 줄어든 662억3200만원, 337억6900만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내년도 B노선 예산에는 토지보상비(657억3200만원)만 편성됐을 뿐, 실질적인 건설공사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C노선 예산안에 민간자본보조비(281억8200만원) 세목으로 건설공사 예산이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예산 감소와 사업 지연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이 줄어든 것은 민간 투자 사업의 특성으로 인한 착시”라고 말했다.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등에 따르면 정부는 총 사업비의 50% 이내를 민간 사업자에 지원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때는 민간 기업이 조달한 사업비가 먼저 투입되고 정부 재정은 착공 이후 2~3년차부터 편성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민간 사업자의 사업 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사업성 감소로 인해 사업 주체들도 자금 조달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올해 1월 착공식을 한 C노선 역시 사업 투자자를 모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모집이 난항을 겪으면서 착공계 제출이 지연되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B·C노선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정부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정부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재정 투입보다 민자사업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지금처럼 PF 조달금리가 올라가는 등의 상황에서는 민자사업의 속도가 더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