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COP27에 가다

인도네시아에선 한국이 ‘기후악당국’

2022.11.15 21:06 입력 2022.11.15 22:58 수정

국내 탈석탄 추진하며 자와섬엔 석탄발전소 2기 건설 중

“왜 다른 나라엔 반대로 가는 기술과 돈 지원하나” 지적

[이집트 COP27에 가다] 인도네시아에선 한국이 ‘기후악당국’

이르면 2년 뒤 인도네시아 자와섬(자바섬) 반텐주에 있는 바닷가 마을 수랄라야에는 ‘새까만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주민이 6000명에 불과한 이 마을에 한국의 투자로 2000㎿짜리 석탄화력발전소 두 기가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와 9호기와 10호기다. 이미 석탄발전시설이 8개나 되는 이곳에선 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재가 눈처럼 흩날리는 모습이 흔히 연출된다. 주민들은 석탄재를 차단하기 위해 집마다 포장마차처럼 두꺼운 플라스틱 가림막을 설치해 두었고, 어민들은 물이 더러워져서 먼바다까지 나가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5년 경제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매년 8.3%씩 증가할 것이라는 추정하에 2019년까지 자와섬과 발리섬에 35GW 규모의 발전소를 신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5GW 중 22GW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었으며, 그중엔 자와 9·10호기 신설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던 파리협정 비준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하겠다는 공약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주요국의 공적 기관과 민간 기업들은 잇따라 해외 석탄발전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자와 9·10호기 사업 투자를 취소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한국이 도드라지는 이유다.

경향신문이 만나본 인도네시아 환경운동가들은 한국이 국내에선 탈석탄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는 정반대의 일을 꾸미고 있다는 점에 분노했다. 현지 환경단체 ‘트렌드아시아’의 앤드리(사진)는 “한국은 깨끗한 환경을 원하면서 다른 나라엔 반대로 가는 기술과 돈을 지원하는 게 모순적”이라며 “환경 규제가 더 느슨한 다른 나라는 착취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와 9·10호기가 들어서면서 더 악화될 현지 주민들의 건강 문제다. 실제로 그린피스는 앞서 두 발전소가 가동되면 매년 80~224명이 조기 사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앤드리는 “화력발전소가 평균 25~30년 가동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발전소 주변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약 6000명이 억울하게 일찍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이미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 ‘350.org 인도네시아’의 제리는 “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시킨 후 남는 부산물 때문에 수랄라야 주민들은 급성 호흡기 질환을 많이 앓는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환경포럼(Walhi)’의 이왕크 활동가도 “반텐주는 인도네시아에서 급성 호흡기 질환 진단율이 가장 높은 5개 주 중 하나”라며 “이외에도 심장질환이나 생식 장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석탄재 관련 안전 규정을 더 느슨하게 만들어 주민들이 앞으로 입을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앤드리는 “정부는 지난해 2월쯤 석탄재가 더 이상 ‘유독성 물질’이 아니라고 갑자기 발표를 했다. 근데 그 결정을 뒷받침할 연구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리도 “그 전엔 유독성 물질이라 특정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지금은 건설업에서 시멘트에 석탄재를 넣어서 쓸 정도로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소 신설은 생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앤드리의 고향 센트럴자와주에는 수십년간 해온 농사나 고기잡이를 접은 친구와 친척들이 많다고 한다. 석탄재를 그대로 흘려보내니 근처 바다에선 멀쩡한 물고기를 잡기 힘들고, 먼바다까지 가려면 돈이 더 들기 때문이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등은 인도네시아가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할 수 있도록 200억달러를 지원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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