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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리 한 조 비행 땐 박쥐 초음파 주파수 2배 넓어졌다

2018.05.07 21:56

일본 과학자들 규명…단독 비행 때와 음색도 달라져 ‘혼선 방지’

4마리 한 조 비행 땐 박쥐 초음파 주파수 2배 넓어졌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 먹이와 장애물을 파악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상식이다. 박쥐는 초음파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반사파로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떼를 지어 비행하는 박쥐들은 어떻게 자신이 발사한 초음파를 정확히 구분해 포착하는 것일까.

일본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집단으로 비행할 때 박쥐들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각자의 초음파 주파수를 단독으로 비행할 때와는 다르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 생명의과학부와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등 공동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지난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일본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긴날개박쥐를 4마리씩 한 조로 비행시키면서 개체마다의 주파수를 측정했다. 모두 6조의 박쥐 등에 초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실내에서 비행하도록 한 결과 박쥐들이 집단으로 비행할 때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평균적으로 약 1.1㎑(킬로헤르츠·주파수의 단위)로 나타났다.

이는 개별 박쥐가 단독으로 비행할 때 사용한 주파수 대역 범위인 평균 0.6㎑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박쥐가 집단비행에서 충돌을 피하는 원리가 실험을 통해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마리 한 조 비행 땐 박쥐 초음파 주파수 2배 넓어졌다

연구진은 박쥐들이 서로 혼선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넓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집단으로 비행할 때는 발사하는 초음파의 음색 역시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쥐들은 집단으로 비행할 때 더 길고, 큰 파동을 지닌 초음파를 발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파수 대역을 넓게 사용하고, 음색을 달리하는 것을 통해 집단 비행 중에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4마리보다 많은 수의 박쥐가 함께 비행할 때의 주파수 대역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박쥐는 비행할 때 초음파를 발사해 돌아오는 반사파로 자신의 위치와 장애물의 크기, 속도 등을 파악하는데 이 같은 원리는 레이더 기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박쥐는 자신들끼리 의사소통을 할 때도 초음파를 이용한다는 사실 역시 밝혀진 바 있다. 박쥐가 반사된 초음파를 다시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과 달리 인간의 경우 시끄러운 공간 안에서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 등 관심을 갖고 있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데 이를 칵테일파티효과라고 부른다. 파티장처럼 많은 사람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공간에서도 인간은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화자의 목소리, 또는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해 받아들이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박쥐의 초음파 탐지능력이 만능은 아니다. 특히 인간이 만든 빌딩 같은 인공구조물은 박쥐의 뛰어난 탐지능력이 통하지 않는 대상으로 꼽힌다. 박쥐들이 건물 유리창에 충돌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독일 막스플랑크조류학연구소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박쥐들은 매끄러운 수직면을 탐지하지 못하고, 빈 공간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각형의 터널 안에 풀어놓은 박쥐 21마리 중 19마리가 적어도 1번 이상 벽에 세워둔 금속판에 충돌했다. 연구진은 박쥐들이 발사한 초음파가 수직 형태의 금속판에서는 반사되어 돌아오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자연적으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매끄러운 수직면이 박쥐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 연구진은 이번 박쥐의 집단비행 관련 연구가 소나(수중 음파 탐지기)와 레이더 등의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샤대학 대학원생 하세 가즈마는 “박쥐들이 이 정도로 효율적으로 주파수 대역을 바꿔가면서 초음파를 사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수의 로봇들을 초음파로 제어하는 기술 등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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