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바다, 밍크고래의 ‘절규’

2019.07.04 21:07 입력 2019.07.04 21:19 수정

일본 상업포경 재개로 생존 위협

<b>또 한 마리의 고래가…</b> 일본이 31년 만에 상업포경을 재개한 지난 1일 홋카이도 구시로 항구에 정박한 한 포경선에 포획된 밍크고래가 놓여 있다. 구시로 | AFP연합뉴스

또 한 마리의 고래가… 일본이 31년 만에 상업포경을 재개한 지난 1일 홋카이도 구시로 항구에 정박한 한 포경선에 포획된 밍크고래가 놓여 있다. 구시로 | AFP연합뉴스

한·일·러 오가며 서식 ‘J개체군’
기존 어민들의 의도적 혼획에다
포경까지 더해지며 멸종 위기에
동물보호단체 “올림픽 보이콧을”

한반도 바다에 남은 마지막 수염고래류인 밍크고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기존의 ‘의도적인 혼획’에다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가 동해안 최대의 해양포유류인 밍크고래의 멸종을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일 31년 만에 상업포경을 재개해 홋카이도 구시로항 인근에서 밍크고래 2마리를 포획했다. 일본은 앞서 지난달 30일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했으며 올해 말까지 고래 포획 상한을 383마리로 정했다. 고래는 돌고래, 범고래 등 물고기를 사냥해서 먹는 이빨고래류와 밍크고래, 혹등고래 등 수염으로 플랑크톤을 걸러서 먹는 수염고래류로 나뉘는데 국내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수염고래류는 밍크고래가 유일하다.

일본의 상업포경이 한반도 동해안의 밍크고래를 위협하는 이유는 일본 주변에 서식하는 밍크고래 개체군 가운데 한국과 일본, 러시아를 오가며 서식하는 J개체군의 경우 포경으로 희생되면 멸종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에서 볼 수 있는 밍크고래가 포함된 J개체군에 대해 IWC는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종 전체가 멸종위기는 아니지만 J개체군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며 “어구에 의한 상당량의 혼획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환경정의재단이 밝힌 IWC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에서 혼획된 밍크고래가 55마리였는데 이 가운데 54마리가 한국에서 희생됐다.

한반도 바다, 밍크고래의 ‘절규’

일본의 상업포경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해안 밍크고래가 급감하고 있다는 우려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국내에서 혼획이나 좌초로 희생된 밍크고래는 확인된 것만 해도 83마리나 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수의 혼획이 계속될 경우 동해안의 밍크고래는 개체수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래연구센터가 2014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연안에는 약 1600마리의 밍크고래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러시아를 오가며 서식하는 O개체군은 약 2만5000마리로 비교적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에선 어민들 일부가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일부러 그물을 설치해 밍크고래를 ‘의도적으로 혼획’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한국 바다의 밍크고래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일본의 포경이 중단되어야 함은 물론 혼획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일 우리 정부는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에 대해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본프리재단은 지난달 29일 IWC 본부가 있는 영국 런던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이 포경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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