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서는 재생화장지를 못 쓴다고? 화장지 기준에 “재생원료는 사용 불가”

2022.06.20 17:18 입력 2022.06.20 17:23 수정

국방부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지난해 6월 올린 화장지 구매 입찰 공고 구매요구서에 들어가 있는 기준. 조달청 나라장터 갈무리

국방부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지난해 6월 올린 화장지 구매 입찰 공고 구매요구서에 들어가 있는 기준. 조달청 나라장터 갈무리

지난해 6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국방부의 화장지 구매 입찰공고가 떴다. 하지만 재생화장지를 만들어 납품하는 A사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 국방부가 구매요구서에서 “화장지 재료는 천연펄프를 100% 사용해야 한다”며 “친환경 규격에서 정의한 고지에 따라 재생 원료는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런 내용을 담은 국방부의 화장지 구매 규정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행 법은 공공기관이 재생 원료 등으로 만든 녹색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하고 있고 환경부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의 이런 화장지 구매 기준은 육·해·공군 모두에서 적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런 조건을 넣은 이유로 “2010년 군 일용품 중 품질이 저조해 만족도가 낮아 개선이 필요한 품목을 조사했고, 화장지는 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달리 다른 공공기관들은 친환경제품을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국회사무처가 2017년 낸 입찰공고에는 “친환경제품을 권장”한다고 했고,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낸 입찰공고에는 “일반재생지”가 규격에 포함돼 있다.

휴지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휴지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재생 원료를 사용한 화장지의 경우 우유팩 등을 재활용한 ‘고지’ 사용 비율이 50%를 넘고, 흡수량 등 조건이 환경부가 정한 기준을 만족하면 친환경 인증을 받아 ‘녹색제품’이 될 수 있다. 환경부도 제지업계가 재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자원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우유팩으로 사용되는 종이팩과 두유팩 등으로 사용되는 멸균팩을 서로 섞이지 않도록 분리수거하는 방안을 시행중이다.

특히 국방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은 ‘녹색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할 책무가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은 “공공기관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녹색제품의 우선 구매 등을 통하여 녹색기술·녹색산업에 대한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유도”할 것을 책무로 정한다.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녹색제품구매법)에는 “공공기관의 장은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에 녹색 제품을 구매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다만 녹색제품이 없거나 안정적 공급이 불가능한 경우, 현저한 품질 저하가 있는 경우 등은 예외로 둔다.

환경부는 지난해 초 국방부에 입찰 규정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규정은 바뀌지 않은 상태다. 이창규 환경부 환경교육팀장은 “녹색제품 구매 우선 제도와 충돌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친환경 상품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지난해 건의를 했다”며 “다시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해군부터 재생지를 사용해보고 품질과 관련한 내부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홍수열 자원관리순환연구소 소장은 “(국방부의 입찰 규정은) 시대착오적 진입장벽”이라며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에서 오히려 앞장서서 재생 원료를 안 쓰고 나무를 베서 만든 천연 펄프만 쓰겠다고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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