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현대차·기아 10개 모델, 독일 배기가스 검사 모두 불합격”

2022.07.04 16:31 입력 2022.07.04 17:36 수정

지난달 독일 검찰 압수수색

“다양한 종류의 배기가스 조작 장치 부착 의심”

그린피스, 일부 모델 조사 자료 입수해 공개

현대차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현대차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배기가스 배출 조작 혐의로 독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10개 모델이 독일에서 실시한 배출량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모델은 배기가스 배출량이 기준치의 무려 11.2배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4일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와 독일 환경단체 DUH가 2015~2018년 실시한 현대기아차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 결과를 입수해 공개했다.

독일 정부는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이 발생한 이후 독일에서 판매 중인 내연기관 차량 전반에 대한 배기가스 검사를 실시했다. 그린피스는 “이 기간에 검사를 받은 현대차·기아의 10개 모델은 모두 실제 도로 운행 중 실시된 배기가스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이 중 일부 모델의 검사 결과를 입수해 공개했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 Krftfarht-Bundestamt)의 현대 ix35, i20 검사자료. 그린피스 제공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 Krftfarht-Bundestamt)의 현대 ix35, i20 검사자료. 그린피스 제공

KBA가 실시한 실제 주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에서 현대 i20는 ㎞당 903.09㎎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유로6’의 기준(80㎎)을 최대 11.2배 초과했다. 같은 기준으로 DUH가 실시한 검사에서도 i20은 ㎞당 861㎎을 배출해 허용치를 10.8배 넘겼다. KBA 검사에서 ix35는 ㎞당 1118.28㎎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고, 이는 ‘유로5’의 기준(180㎎)보다 6.2배 많은 수준이었다. 기아 쏘렌토는 ㎞당 490㎎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유로6 기준을 6.1배 넘겼다. 현대 싼타페는 ㎞당 421㎎를 배출해 기준을 5.3배 초과했다. 현대 i30와 투싼도 각각 331㎎, 329㎎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기준치를 4.1배 초과했다.

독일 환경단체인 DUH(Deutsche Umwelthilfe)의 현대차·기아의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 결과 자료.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이날 한국 기자들과의 줌 인터뷰에서 “DUH는 모델당 10~11회의 검사를 진행했다”며 “실험실과 도로 위에서의 배출량 차이가 8~11배 나는 것은 기계 결함이나 오작동이라고 볼 수 없다. 고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린피스 제공

독일 환경단체인 DUH(Deutsche Umwelthilfe)의 현대차·기아의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 결과 자료.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이날 한국 기자들과의 줌 인터뷰에서 “DUH는 모델당 10~11회의 검사를 진행했다”며 “실험실과 도로 위에서의 배출량 차이가 8~11배 나는 것은 기계 결함이나 오작동이라고 볼 수 없다. 고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린피스 제공

독일 환경청 교통국장 출신으로 DUH의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실제 도로에서 측정한 현대차·기아의 모든 모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이는 현대 기아차가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프레데릭 박사는 “실험실 인증 검사 환경을 탐지할 경우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 미리 설정된 온도 범위 내에서만 배출 가스 정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 외 온도에서는 정화를 멈추거나 정화 수위를 낮추는 장치도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벤자민 스테판 그린피스 자동차 캠페이너는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가 된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와 같이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불법 조작장치를 단 제조업체 목록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제작해 국제광고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홍보하는 등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불법적인 배기가스 조작 장치 부착 의혹을 받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현대차에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일 외 한국 등 다른 시장에서도 불법 배기가스 장치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이번 건은 독일 검찰이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인 건으로, 본 조사와 관련해 당사 입장을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독일 검찰은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한 디젤차량 약 21만대를 유통한 혐의로 현대차·기아의 독일 및 룩셈부르크 사무소 8곳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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