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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6년 연체했던 ‘나고야의정서’ 국제 분담금 이제야 몰아낸다…국제적 망신살

2023.01.02 17:10 입력 2023.01.02 18:18 수정

인도에서 포착된 벵갈호랑이 어미와 새끼. 세계자연기금(WWF) 제공 이미지 크게 보기

인도에서 포착된 벵갈호랑이 어미와 새끼. 세계자연기금(WWF) 제공

정부가 6년간 미납했던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부속의정서인 나고야의정서 분담금 7년치 약 5억원을 올해 한꺼번에 낸다. 지난 12월 기준 나고야의정서 분담금 연체 금액 규모는 133개 당사국 중 1위였다. 정부의 국제기구 분담금 연체에 대해 당장의 ‘예산 절감’을 이유로 국제적 의무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환경부 2023년 예산을 보면 ‘나고야의정서’ 분담금으로 올해 예산 5억2200만원이 편성돼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2022년까지 6년간 미납한 금액과 2023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담금을 합한 금액에 해당한다.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제10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부속의정서로, 선진국의 생물자원 이용으로부터 정당한 이익을 분배받지 못하고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개도국에 유전자원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의정서는 외국의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자원 제공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자원 이용에 따른 이익을 자원 제공자와 공유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은 2017년 유전자원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세계에서 98번째로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됐지만, 지난해까지 한 번도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기준으로 한국의 나고야 의정서 분담금 미납액을 살펴보면 35만3829달러(약 4억5042만원)로 당사국 133개국 중 1위였다. 비중으로는 당사국 미납금 전체 액수인 132만4261달러 중 26.7%에 달한다.

분담금 미납분이 있는 당사국들의 미납 금액은 한국과는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다음으로는 같은 날 기준으로 독일 16만6216달러(약 2억1151만원), 프랑스 11만7448달러(약 1억4945만원), 브라질 9만9914달러(약 1억2714만원), 중국 8만1527달러(약 1억374만원), 베네수엘라 7만911달러(약 9023만원)순으로 미납금이 많았다. 이 가운데 독일, 프랑스, 중국은 지난해 분담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분담금을 내는 과정이었을 수 있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유엔 환경계획(UNEP)으로부터 여러 차례 나고야 의정서 분담금 납부를 재촉하는 메일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말에는 UNEP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앞으로 “은행 수수료를 공제하지 않고 전액을 다음 UNEP의 은행 계좌로 입금해달라”며 2017년~2021년의 분담금 내용이 열거한 메일을 보냈다. 환경부는 예산안에 “국가의 위상을 고려할 때 조속한 (나고야 의정서) 연체 금액 납부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2020년 말 UNEP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앞으로 “은행 수수료를 공제하지 않고 전액을 다음 UNEP의 은행 계좌로 입금해달라”며 보낸 독촉 메일. 환경부 예산안 갈무리 이미지 크게 보기

2020년 말 UNEP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앞으로 “은행 수수료를 공제하지 않고 전액을 다음 UNEP의 은행 계좌로 입금해달라”며 보낸 독촉 메일. 환경부 예산안 갈무리

‘나고야의정서’ 분담금만 미납···왜

환경부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분담금은 계속 납부해 왔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부속의정서인 카타르헤냐 의정서 분담금 역시 매년 같은 금액의 예산이 산업통상자원부에 편성돼 납부되고 있다.

분담금 납부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국제기구 분담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 법은 외교부 장관이 중앙행정기관별 납부 실적, 자체평가 결과, 다음 연도 납부 계획 등을 포함한 ‘국제기구 분담금 종합보고서’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내도록 하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2022년 국제기구분담금 종합보고서’ 중 복수기관 기여 국제기구 현황을 보면, 생물다양성협약의 분담금 납부 기관은 산림청, 해수부로 기재돼 있고, 환경부는 빠져 있다.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매년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했으나 예산 절감 차원에서 협약 분담금이 잘 반영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가 국제적 의무는 뒤로 한 채 당장의 예산 절감을 이유로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한국 정부가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나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제협약이 국내 발효가 됐다면 국제 협약에 따르는 활동을 하고, 비용을 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유독 나고야의정서만 분담금을 내는 걸 미뤄오며 수년간 독촉받은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상반기 안에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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