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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훈의 간(肝)편한 삶

“커피는 간을 좋아지게 한다” 진짜일까?

2014.07.09 16:00 입력 2014.07.09 16:24 수정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소화기내과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황제가 처음 마신 것으로 알려진 커피는 14세기 말 아라비아인들이 커피생두를 볶아 먹기 시작한 이래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 중 하나가 됐다.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며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도 골목마다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고 국민 하루 커피섭취량은 평균 1잔 반으로 탄산음료섭취량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상훈의 간(肝)편한 삶] “커피는 간을 좋아지게 한다” 진짜일까?

우리가 이렇게 자주 마시는 커피는 신체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 것이 좋을까?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흔히 묻곤 한다. “간이 안 좋은데 커피 마셔도 되나요? 하루에 몇 잔까지 마셔도 되나요?”

커피는 당뇨병, 심장병, 담석증, 파킨슨씨병, 뇌졸중위험률을 낮춘다고 보고되고 있다. 커피를 하루 6잔 이상 마신 사람들의 사망률이 1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아시아음주섭취량 1위, OECD국가 중 간암사망률 1위인 한국에서는 간 건강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오늘은 커피가 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커피는 간에 좋다. 참 신기한 일이다. 커피는 B형, C형간염, 비알콜성지방간염 등 간염을 호전시키고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다. 1992년 클라스키 박사가 처음으로 10년간 대규모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커피가 간경화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여년 간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보고됐고 최근에는 간 전문가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커피 안에는 카페인 외에도 탄수화물, 지방, 미네랄, 단백질 등 100가지 이상의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들이 서로 작용해 간을 보호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도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주로 항산화, 항염증, 항섬유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의 종류와 용량에 따른 간 보호효과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필터링을 통해 폴리페놀을 제거한 레귤러커피와 그렇지 않은 에스프레소와의 비교연구가 많지 않고 한 잔의 용량도 연구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로스팅하는 기법이나 정도에 따라 파괴되는 커피성분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적어도 2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간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반면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에 의해 불안, 메스꺼움, 구토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중독 시에는 신경과민, 근육경련, 불면증 및 가슴두근거림, 칼슘불균형 등이 생길 수 있어 일일섭취권장량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좋다.

WHO에서 제안하는 카페인 하루 권장량은 300mg 이하다. 원두커피 한 잔에는 약 115∼175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고 자판기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는 60mg이 있다고 하니 안전한 커피섭취량은 하루 원두커피 3잔, 인스턴트커피로는 5잔 이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스턴트커피는 설탕과 프림이 많아 당뇨나 비만이 있는 분들은 주의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하루 2~3잔의 원두커피는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절대 없다. 신체는 어느 한 가지 음식이나 음료의 효과보다 조화로운 섭취를 필요로 한다. 간 건강을 생각해 자신이 마신 커피양을 수첩에 표시하면서 한 잔 쯤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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