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현의 화장품비평

스킨토너, 차라리 바르지 말자

2014.08.19 14:45 입력 2014.08.19 14:53 수정
헬스경향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세안 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토너(toner)를 바른다. 토너는 왜 바르는 걸까. “피부결을 정돈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맞는 말일까?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말이다. 피부결은 피부의 질감을 뜻하는 말로 피부상태가 건강하면 따로 정리하고 말 것도 없이 그 자체로 매끄럽고 촉촉하다. 토너를 바르기 전이나 후나 피부결은 똑같다는 뜻이다.

토너는 95% 이상의 물에 약간의 보습제와 항산화제, 진정제 등을 넣어 만든 제품이다. 성분의 대부분이 물이라 보습효과는 에센스나 로션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너 위에 에센스나 로션을 덧발라야 한다. 에센스와 로션에는 토너에 들어있는 모든 성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애당초 토너를 바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최지현의 화장품비평] 스킨토너, 차라리 바르지 말자

사람들이 토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른 후 물이 증발하면서 얻는 시원한 느낌 때문이다. 또 피부가 탄탄하게 조여지는 것 같은 느낌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그저 느낌일 뿐 실질적으로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개발자이자 영국의 유명화장품 블로거인 콜린 샌들러는 토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30년 동안 화장품업계에서 일했지만 나는 여전히 토너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사용해본 결과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물론 95% 이상이 물이라고 해도 나머지를 좋은 성분으로 채웠다면 약간의 보습효과, 진정효과, 항산화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성피부라면 별도의 보습제품 없이 이 하나만으로 기초화장을 끝낼 수도 있다. 또 화장품을 잘 바르지 않는 남성들에게는 토너 하나가 보습뿐 아니라 애프터쉐이브로션의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토너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불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일부 사람에게는 아주 요긴한 제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좋은 토너를 찾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안타깝게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토너 중에는 좋은 제품보다 나쁜 제품이 훨씬 많다. 이유는 화장품회사들이 토너에 특정한 효과를 내기 위해 피부에 부담을 주는 성분을 많이 넣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알코올은 피부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시원한 느낌을 증폭시키려는 목적으로 넣는다. 물보다 끓는점이 낮아 증발이 더 빨리 일어나 피부의 열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알코올은 피지를 억제하려는 목적으로도 자주 첨가된다. 지성용 토너, 여드름용 토너에는 십중팔구 알코올이 들어있다. 얼얼한 자극과 함께 여드름이 소독되고 피지가 사라져서 피부에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피부를 극도로 건조하게 만들어 피지분비를 더욱 촉진하는 결과를 낳는다.

토너에는 모공을 수축해준다는 수렴성분도 단골로 들어간다. 여름철 인기리에 판매되는 거의 모든 모공수축토너에는 위치하젤, 자작나무껍질추출물, 서양송악추출물, 과라나, 타닌, 오미자, 칼라민 등이 들어있다. 이 성분들은 모공을 조여준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강한 피부자극으로 혈관을 수축시켜 피부가 순간적으로 오그라든다. 이런 자극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피부는 붉고 예민하게 변한다.

시원한 느낌을 배가시키기 위해 첨가되는 민트계열 향오일(민트,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멘톨, 유제놀, 광곽향)과 시트러스계열 향오일(레몬, 자몽, 라임, 시트러스, 탄제린, 베르가모트, 리모넨)도 문제다. 톡 쏘는 향으로 상쾌한 느낌을 주지만 화장품으로 인한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토너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극적인 성분들이 많이 첨가된다. 성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피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광고만 믿고 구매했다가 낭패 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어차피 에센스나 로션을 바르는 사람이라면 토너를 안 쓰는 편이 낫다. 에센스와 로션에 피부에 필요한 성분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괜히 토너로 돈을 낭비할 이유도, 피부자극을 얻을 이유도 없다.

[최지현의 화장품비평] 스킨토너, 차라리 바르지 말자

저녁에 세안한 후 메이크업의 마지막 잔여물을 지우기 위해 토너를 꼭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화장품회사와 여성지들이 퍼뜨린 말일 뿐이다. 화장은 폼클렌저로 꼼꼼히 문질러 세안하면 깨끗이 지워진다. 좀 진하다면 두 번 세안하면 말끔히 지워진다. 그래도 찜찜하다면 화장솜에 물을 적셔 닦아내면 된다.

토너는 95% 이상이 물이라 화장솜에 토너를 적셔 바르는 것과 물을 적셔 바르는 것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해 보면 토너를 꼭 발라야 한다는 화장품회사의 속삭임에는 아무런 논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늘부터 당장 토너 사용을 멈춰보자. 안 바르면 큰 일 난다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시달려왔던 피부자극으로부터 해방될 지도 모른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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