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병원은 고양이만 진료하진 않는다. 개도 같이 진료하지만 고양이의 친화적인 환경을 위해 고양이와 개의 진료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했다. 이런 분리를 통해 직접적인 접촉은 피할 수 있고 개 냄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만 차단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소리다. 소리까지 차단하기 위해선 병원 내부에 방음벽을 세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아무튼 이러한 분리상황에서도 개들은 각양각색의 소리를 낸다. 단순히 짖는 거부터, 보채는 거, 경계하는 거 또는 그냥 덩달아서 등등. 고양이는 이런 소리에 민감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 고양이와 개의 진료예약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
이렇게 의사표현이 분명한 개와 달리 우리의 고양이는 어떠한가? 결코 개만큼 다양하거나 심하게 애걸하진 않지만 우리의 고양이도 몇몇 소리를 통해 의사와 감정을 표현한다. 흔히 집사들의 용어인 골골송부터 전형적인 야옹거림까지 말이다.
하지만 종종 개의 과도한 짖음과 같은 과한 야옹거림에 대해 상담하는 보호자들도 있다. 특히 아침에 잠을 잘 수 없도록 울어대는 아이들 때문이다. 이러한 고양이의 행동은 일단은 야옹거림부터 시작하지만 몸과 얼굴을 대상으로 하는 꾹꾹이부터 드물지만 심지어 얼굴을 핥퀴어대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잠도 못 자게 울어대는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부분 아침에 야옹거리는 아이들은 목적을 갖고 있다. 놀아달라거나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는 의사표현이 바로 그것. 물론 밤새 시도때도 없이 큰소리로 야옹거리고 정신없이 돌아다닌다면 병적인 부분을 감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병적인 고양이의 과도한 야옹거림에 대해선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을 대할 때 주의할 점은 즉각적으로 반응해 놀아주거나 밥을 줘선 안 된다는 것. 이러한 행동은 긍정적인 보상으로 여겨져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 물론 어떠한 경우라도 행동교정을 위해 목소리나 물리적인 체벌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런 경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시’다. 동물병원에서 고양이가 어디 아픈 데는 없다는 것이 확인된 후 아무리 애처롭게 야옹거린다 해도 무시해야한다. 이를 위해 귀마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그들의 표현을 2주 정도 일관적으로 무시하면 그들의 야옹거림은 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밤 또는 새벽에 배고파하고 도저히 무시하고는 견딜 수 없다면, 시간에 맞춰 밥이 급여되는 자동급식기를 이용할 수 있다.
사람을 깨우는 습관을 예방하는 방법은 잠자리에 들기 전 충분히 놀아주고 나서 사료를 급여하는 것이다. 특히 잠에서 깨자마자 먹이를 주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잠에서 깬 후 운동하거나 샤워를 하는 등 하루일과 준비를 먼저 하고 이후 고양이의 밥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에 마음은 아프겠지만 가족으로서 서로의 영역과 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차원에서 지켜야 할 선은 존재한다. 오히려 숙면을 취한 후 좋은 컨디션에서 고양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