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도 않는데 혈당이 왜 올라?

정답은 ‘공복혈당 장애’입니다

먹지도 않는데 혈당이 왜 올라?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하고 약간의 복부 비만이 있는 50대 초반 직장인 ㄱ씨는 매년 건강검진 결과 당뇨병 판정의 한 기준인 ‘공복혈당’이 계속 높아져 고민이 많다. 7년 전에 공복혈당이 정상 기준인 100(단위 ㎎/㎗)을 넘더니, 5년 전부터는 105~110을 3년간 유지했다. 그런데 2년 전에 110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16이었다. 최근 식후·야간 갈증과 심한 공복감이 생긴 ㄱ씨는 자가혈당측정기를 사서 아침 공복혈당을 두 달 가까이 매일 재어보았다. 거의 110~120 사이로 나오고 10번 중 1~2번은 120을 넘기도 한다. 아주 가끔이지만, 전날 야식을 먹거나 걱정거리로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을 때 130(126 이상이면 당뇨병)을 넘는 날도 있다.

직장인 ㄱ씨가 지난 13일 아침에 재어본 공복혈당 수치. 오전 5시59분에 117㎎/㎗였는데(왼쪽), 공복을 유지하며 약간의 활동을 한 2시간쯤 후인 오전 8시13분에 125로 높아졌다(오른쪽).

직장인 ㄱ씨가 지난 13일 아침에 재어본 공복혈당 수치. 오전 5시59분에 117㎎/㎗였는데(왼쪽), 공복을 유지하며 약간의 활동을 한 2시간쯤 후인 오전 8시13분에 125로 높아졌다(오른쪽).

강북삼성병원 당뇨혈관센터 박철영 교수(내분비내과)는 “ㄱ씨의 경우 당뇨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우선 당뇨병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급하다. 공복혈당 정상 기준인 100 이하에서 2~3년 주기로 10 정도씩 계속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빠르면 1~2년, 늦어도 3~4년이면 결국 당뇨병 환자(공복혈당 126 이상)가 된다는 것이다.

간은 식사와 식사 사이에 포도당을 내보내 혈당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밤에 자느라고 보통 6~8시간 식사를 못하면 대략 4시간이 지난 후 간에서 포도당을 서서히 공급하게 된다. 이때 간이 필요 이상으로 당을 많이 만들거나 인슐린의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인슐린 저항성) 공복혈당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혈당이 올라가는 공복혈당 장애가 생기게 된다.

저녁에 너무 많은 식사를 하거나 너무 늦은 시간의 야식, 과도한 음주, 탄수화물이나 당이 많이 들어간 음식 섭취 등이 공복혈당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인슐린 분비능과 대사 작용이 정상인 경우라도 상당한 문제를 유발한다. 공복혈당은 정상으로 유지되지만 잉여 에너지가 인슐린의 역할로 지방세포로 저장되기 때문에 복부비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복부비만이 되면 간에서의 인슐린 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공복혈당장애가 생길 위험성이 더 커진다.

ㄱ씨는 식사를 제시간에 하고, 적당량의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 활동 시간대에는 충분한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하며, 저녁 식사 때엔 오랜 공복시간을 대비하여 탄수화물을 줄이고 꾸준한 열량을 제공하는 단백질과 지방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공복혈당 장애가 있는 상태에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지 않고 심한 운동이나 두뇌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간에서 두뇌활동에 꼭 필요한 에너지인 포도당을 과잉 공급해 오히려 혈당이 오르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복혈당 장애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식습관 이외에 평상시 신체 활동량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통해 근육에서 칼로리가 소모되는 양을 늘려야 한다. 또한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것도 칼로리 소모를 늘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공복혈당 장애 개선에 도움이 된다. 평소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대략 1시간마다 10분은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칭이나 계단오르내리기 같은 신체 활동을 하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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