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왜 ‘쿨’해질까요?

2024.02.16 15:00 입력 2024.02.16 15:04 수정
김진세 정신과 전문의 heart2heart.kr

>> 살면서 ‘화내면 나만 손해’ 깨달아…부정보다 긍정 ‘정신적 웰빙’ 향상

늙으면 왜 ‘쿨’해질까요?

갑자기 끼어든 차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아 몸이 튕겨 나갈 뻔했다. 당연히 놀라셨을 나이 지긋하신 택시 기사님의 반응은 의외로 쿨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 “그렇게 바쁘면, 어제 나왔어야지” 하며 허허 웃으신다. 나이가 들면 가슴에 무슨 쿨링팬이라도 품게 되는 것인가.

노화와 심리의 변화를 분석한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한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그리고 가끔은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고집 세고 욱하는 노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쉽게 성내지 않고, 쉽게 희희낙락하지도 않는다.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죽을 일도 아닌 것에 목숨 걸 필요가 없으며, 열을 내봤자 육체나 정신 건강에 해를 입게 되어 나만 손해라는 지혜를 얻게 되어서다.

아무리 기쁜 일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가슴이 무덤덤해진다. 삶의 목표 또한 새로운 성취나 변화가 아닌 현 상태의 안정적인 유지이니, ‘현타’도 잘 오질 않는다. 부정적 정서보다는 긍정적 정서가 많아지는 ‘정신적 웰빙’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진다. 그래서 늙고 지치고 병약한 노인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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