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행 ‘5형 일본뇌염’··· 더 치명적인데 기존 백신으론 역부족

2024.08.05 12:56 입력 2024.08.05 14:40 수정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는 전체적으로 암갈색을 띠고 뚜렷한 무늬가 없으며, 주둥이의 중앙에 넓은 백색 띠가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는 전체적으로 암갈색을 띠고 뚜렷한 무늬가 없으며, 주둥이의 중앙에 넓은 백색 띠가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한국에서만 보고된 ‘5형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기존 3형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며 현재 개발된 백신으로는 효과적인 방어를 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서상욱 교수, 이아라 박사 연구팀은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5형 일본뇌염 바이러스의 특성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신종미생물 및 감염(Emerging Microbes & Infections)’에 게재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질병관리청 국가병원체자원은행에서 분양받은 국내 분리주를 활용해 실험용 동물 모델을 통한 분석을 실시했다.

5형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2010년부터 한국에서만 보고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다. 아직 다른 나라에서는 보고된 사례가 없지만 과거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된 뒤 일본뇌염이 유행하는 주변 국가들도 5형 바이러스 유행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뇌염은 1924년 일본에서 최초로 알려진 이래 주로 아시아와 호주 등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으로 주로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감염되더라도 99% 이상은 무증상이지만 환자에게 뇌염 증상이 발현되면 치사율이 높게는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복된 환자 중 30~50%는 후유증으로 신경계를 비롯해 지적·신체적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국내에선 과거 주로 유행하던 3형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을 진행중이나 최근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5형과 1형 유행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진은 2015년 일본뇌염 환자에서 분리한 5형 바이러스인 ‘NCCP 43279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3형 바이러스보다 치명률과 병원성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의 차이 때문에 현재 접종중인 일본뇌염 백신이 3형 등의 바이러스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나 5형 바이러스 방어에는 효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일본뇌염 백신 접종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됐음에도 2010년 이후 5형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는 실정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상욱 교수는 “2010년 이후 국내 일본뇌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5형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분리 및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5형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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