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연구 결과
껌 씹기, 위장 운동 증가시켜 ‘장 꼬임’ 방지
수술 전 껌을 씹는 간단한 행동으로 수술 후 자주 발생하는 합병증인 메스꺼움과 구토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고현정·채민석 교수 연구팀은 양성 난소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로봇 보조 복강경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8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수술 후 구토방지제 투여 비율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수술 직전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은 그룹은 껌을 씹지 않은 그룹보다 구토방지제의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술 후 오심 및 구토감은 전체 수술 환자 중 30%가량이 경험하며, 여성이나 흡연자, 멀미가 심한 환자 등에서는 발생 비율이 7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은 아니지만 괴롭고 불쾌해 회복을 더디게 하고 치료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좁은 수술공간의 시야 확보를 위해 수술 중 복강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법을 쓰는 경우도 늘면서 이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환자 또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게는 항구토제를 처방하거나 프로포폴을 활용하는 마취 등 다양한 예방적 조치를 권장하고 있다.
껌 씹기는 구토감을 막아주는 이런 다양한 조치 중 하나로, 여러 연구에서 위장관 운동을 증가시켜 장 꼬임을 방지하고 회복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밝혀진 적이 있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해 기존의 다수 연구에서 분석한 ‘수술 후’ 껌 씹기 대신 ‘수술 전’ 껌 씹기의 효능을 평가했다. 수술 전 껌을 씹은 그룹(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그룹(대조군)을 무작위 배정한 뒤 실험군은 수술 직전 통제된 환경에서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게 했다. 수술 후 결과를 평가하는 모든 의료진은 각 참여자가 어느 그룹에 속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껌 씹기의 효과를 평가했다.
비교분석 결과, 수술 전 껌 씹기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껌을 씹은 실험군에서는 구토방지제를 투여한 비율이 79.5%(35명)였으나 씹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95.5%(42명)로 차이를 보였다. 1차 구토방지제 투여 후에도 심각한 구토 후유증이 나타나 2차 치료제를 투여한 비율 역시 실험군 47.7%(21명)에 비해 대조군은 84.1%(37명)로 더 높았다.
고현정 교수는 “로봇 및 복강경 수술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복강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수술 방식으로 인해 구토를 경험하는 환자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어 이를 비약물적 개입으로 경감하고자 했다”며 “수술 전 금식기간에 환자가 자의적으로 껌을 씹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아직까지 다소 조심스럽지만, 의료진에 의해 잘 통제된 환경에서 계획적으로 껌을 씹는 것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