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얼굴과 마음을 공격하는 두경부암

2024.09.07 06:00

낯설어진 ‘나’를 살피세요

얼굴은 말을 하고 표정을 짓는 것 외에도 생존과 직결된 다양한 기능을 하는 부위다.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숨을 쉬는 필수적인 활동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머리와 목 부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암을 통칭하는 ‘두경부암’은 이런 필수적인 기능은 물론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심미적 기능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암이란 특성이 있다. 바꿔 말하면 환자가 자신의 본래 얼굴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 과정에서 적극적인 기능 보존과 재건의 중요성이 특히 높다는 뜻도 된다. 완치만큼이나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세심한 치료가 필요한 셈이다.

당신의 얼굴과 마음을 공격하는 두경부암

두경부암에 속하는 암종은 다양하다. 뇌와 눈을 제외하고 머리와 얼굴, 목 주변까지 영역에 발생하는 모든 암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암종만 추려도 구강암, 비강암, 부비동암, 인두암, 후두암, 갑상선암, 침샘암 등이 있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전체 암 중 발생률이 가장 높은 갑상선암을 제외한 나머지 두경부암은 전체 암 가운데 2.2%를 차지한다. 갑상선암까지 포함하면 약 15%로, 비중이 가장 크다.

두경부암은 몸에서 가장 잘 보이는 얼굴 주변에 발생하지만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증상이 있다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더욱 쉽지 않다. 구체적인 암의 발병 위치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두경부암의 5년 생존율은 평균 60%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치료와는 별개로 얼굴 주변에 암이 생겼다는 점 자체가 문제다. 암이 주로 발견되는 3~4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주변 기관까지 많이 절제해야 해서 치료 후 먹거나 말하는 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등 큰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두경부암에 대해 특히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조기 발견을 강조한다. 정은재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모든 암이 그렇듯 두경부암도 예방이 최선이고, 조기 진단될 경우 완치율이 매우 높다”며 “호전되지 않는 목의 혹이나 통증, 목소리 변화, 입안의 궤양·출혈, 한쪽 코막힘·출혈 등 두경부암 의심 증상이 지속된다면 내원해 검진을 받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생존율 평균 60%로 높은 편이지만
먹고 말하는 기능과 외모에 ‘후유증’
흡연 땐 발생 가능성 15배로 높아져
음주·인유두종 바이러스도 주 요인

당신의 얼굴과 마음을 공격하는 두경부암

두경부암은 발생 부위와 진행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국내에서 두경부암 중 발생률이 높은 편인 구강암은 주로 혀와 잇몸, 볼과 입천장, 혀 밑바닥 등에 생기기 쉽다. 이혜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구강암은 3주 이상 호전되지 않는 구내염, 백색 또는 붉은색 모양의 불규칙한 병변을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구강암은 증상이 빨리 나타나고 눈으로 확인이 용이한 암종인 만큼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혀의 뒷부분 기도와 식도로 이어지는 공간인 인두에 암이 생기면 인두암, 음성을 내는 성대 주변 후두에 생기는 암은 후두암으로 구분한다. 인두암은 지속적으로 목 안쪽에 통증과 이물감이 느껴지는 초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좀 더 진행되면 삼키기 어려운 증상이 생기거나 목에서 멍울이 잡히기도 하며, 인두 중에서도 비강과 연결되는 비인두에 암이 발생하면 한쪽 귀가 꽉 차 있는 느낌이 들거나 중이염이 유발되기도 한다. 후두암의 경우 목소리가 쉬고, 종양이 진행되면 호흡곤란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콧속의 공간인 비강과 비강에 이어지는 얼굴뼈 내부 빈 공간인 부비동에 생기는 암인 비강암·부비동암은 코막힘이 흔히 발생하며, 한쪽 코에서만 지속적인 코피가 나는 증상을 보일 때가 많다. 귀밑, 턱밑, 혀밑 등 침샘이 있는 곳에 종양이 생기는 침샘암의 경우 해당 부위가 붓고, 목 주위 구슬 같은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암이 진행되면 얼굴신경을 침범해 안면마비를 동반할 수도 있다. 목 앞부분에 있는 갑상선에 발병하는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일부 환자들은 통증을 느끼거나 쉰 목소리, 삼킴곤란 같은 문제를 겪기도 한다.

두경부암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흡연과 음주,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등이 있다.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까지 병행하면 점막세포 돌연변이를 유발해 두경부암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음주는 특히 인두암과 후두암 발생과 관계가 깊은 편이며, HPV는 구인두암 발생과 관련이 깊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그 밖에도 위식도 역류, 식도 질환, 두경부의 물리적 자극 등도 위험인자다. 흡연과 음주가 특히 위험하므로 예방을 위해서도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또 HPV 감염을 막기 위해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접종하면 두경부암 예방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두경부암은 1~2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80~90%까지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 이른 진단이 중요하다. 내시경이나 촉진 검사로도 발견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영상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가까운 경부 림프절로 전이됐는지를 보려면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며,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돼 간이나 폐 등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이됐는지를 파악하고자 할 땐 양전자 단층촬영(PET-CT)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진단 과정 중 조직검사도 매우 중요한데, 외관으로도 보이거나 접근하기 쉬운 부위는 간단히 해당 조직을 떼어내 바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인두나 후두처럼 깊은 부위라면 전신마취가 필요할 수도 있다.

발견된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두경부암은 회복 후 삶의 질까지 고려해 치료 계획을 신중하게 세운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수술 또는 방사선 단독치료를 진행하고, 암이 퍼진 범위가 넓다면 수술과 항암방사선 병합치료를 시행한다. 이혜란 교수는 “두경부암은 대부분의 경우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 중 두 가지 이상의 병합치료를 하는데, 암의 부위와 기수에 따라 어떤 순서로 할지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판단한다”며 “환자의 삶의 질과 미용적인 측면도 고려해 최근에는 내시경과 로봇 수술 등 최소침습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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