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범위가 큰 어깨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의 무리인 ‘회전근개’는 노화와 다양한 활동이 원인이 돼 파열되기도 쉽다. 파열된 회전근개는 그동안 수술로 봉합하는 치료방법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치료를 미루다 더 악화되기 쉬웠지만 전문가들은 비수술적 치료로도 어깨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깨 관절 주변을 감싸는 근육인 회전근개는 팔을 위로 들거나 옆으로 움직일 때 동작을 정교하게 하고 관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회전근개가 건강한 상태면 어깨뼈가 주변의 뼈들과 충돌하지 않지만 어깨에 무리를 가하는 습관이 반복되거나 과도한 운동과 스트레스 등으로 이곳에 가해지는 부담이 누적되면 손상되기 쉽다. 이재욱 연세본병원 원장은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보통 부위를 특정할 수 없는 통증과 어깨 깊은 부위의 욱신거림이 느껴진다”며 “팔의 위쪽까지 아프거나 저린 느낌이 들기도 하고, 움직임의 제한, 야간 통증, 팔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 등이 동반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회전근개는 손상·파열 자체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치료를 미루고 방치한 탓에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한 번 파열된 회전근개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선 파열된 부위를 봉합해야 한다. 특히 보존적 치료를 6~12개월 이상 시행해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파열 범위가 3㎝ 이상인 경우에는 봉합술을 받는 것이 좋다. 다만 봉합만이 유일한 치료법은 아니므로 통증이 느껴지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초기에 치료에 나서야 추가적인 파열을 막을 수 있다. 파열된 상태로 방치하면 그 범위가 1년에 4㎜씩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힘줄도 위축되며 기능이 떨어져 연결된 근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곧 봉합할 수 있는 힘줄이 없어져 수술도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수술까지 필요한 상태가 아닌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콜라겐 주사요법’과 ‘골수자극 재생술’ 등이 대표적이다. 콜라겐을 주입해 파열된 힘줄의 재생을 유도하는 주사요법은 회전근개의 힘줄을 구성하는 ‘1형 콜라겐’을 손상 부위에 골고루 주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상 회전근개를 현미경으로 보면 콜라겐 조직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지만 파열된 회전근개에서는 불규칙적이거나 단절된 모습을 보이는데, 정밀 초음파를 활용해 해당 지점에 콜라겐을 넣어주면 힘줄의 세포가 분화·증식해 회전근개가 어느 정도 재생될 수 있다.
콜라겐 주사요법은 의료현장에서 오랫동안 써왔기 때문에 부작용은 적지만 경우에 따라 효과가 약할 수 있다. 특히 퇴행성 변화가 너무 오래돼 근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회복력 자체가 낮은 고령의 환자에게는 골수자극 재생술의 효과가 더 나을 수 있다. 특수 바늘을 이용해 어깨뼈에 1㎜ 가량의 구멍을 여러 개 만드는 시술을 시행하면 이들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골수에 포함된 여러 성장인자들이 수개월에 걸쳐 회전근개의 재생을 돕는다. 이재욱 원장은 “수술 외에 치료법이 없다는 인식과 달리 콜라겐을 주입하거나 골수를 자극하는 등 보존적 치료로 어깨힘줄의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보존적 치료법들은 통증은 심하면서 수술은 부담되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술을 늦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