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지방이 많은 식사가 유발한 비만 등 대사질환과 대장질환에 ‘낙산균’이 치료 효과를 보이는 과정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와 최용훈 교수, 남령희 연구원, 최수인 박사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으로 인한 장내미생물 불균형 상태가 낙산균(clostridium butyricum) 섭취를 통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기전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낙산균이 생성하는 뷰티르산이 장내 유해균의 정착과 염증을 막고 면역 조절·유지 작용을 해 장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는 실험용 쥐들을 각각 일반 식단과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그룹, 그리고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며 낙산균을 함께 먹인 그룹 등 세 집단으로 나눠 8주간 대장 점막, 대변, 장내미생물 변화 양상 등을 비교 관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그룹에선 일반 식단 그룹보다 대장 점막의 염증 물질이 늘고 지방이 침착됐으며, 뷰티르산을 생성하는 장내 유익균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 또한 고지방 식단 그룹은 장관 투과성이 증가하고 탄수화물과 에너지 대사가 감소하는 반응도 확인됐다. 이는 지방이 많은 식사를 할 경우 장내미생물의 변화가 일어나 장내 대사 과정에 악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탄수화물 및 에너지 대사를 저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고지방 식단과 함께 낙산균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고지방 식단에 따른 유해한 변화들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염증 물질은 감소하고 대변 내 뷰티르산이 증가했으며, 장관 투과성 및 에너지 대사에서의 문제가 호전된 것이다. 특히 이런 결과는 수컷 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고지방 식단이 부른 장내미생물 불균형 치료에 낙산균을 활용할 때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낙산균이 장 건강 회복뿐만 아니라, 소아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에선 최근 20~40대 젊은 연령층의 대장암 발병률이 10만명당 12.9명 수준으로 높아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으로는 비만,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 고지방 식단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지방 함량이 많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한 결과로 유발된 장내미생물의 불균형과 염증이 대장질환으로도 이어지므로 치료를 위해 인체에 이로운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을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나영 교수는 “고지방 식이로 인해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발생하고 대사 체계가 손상된다는 점, 그리고 이를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데 낙산균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최근 과도한 지방 섭취로 대장암, 염증성장질환, 과민성장증후군 등 각종 중증 장 질환과 소아비만 등 대사질환이 가파른 증가 추세에 있는데, 이를 예방·치료하기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낙산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