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다. 특히 인체의 60~70%를 구성하며 혈액과 심장, 간, 근육 등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수분이 부족해지는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특히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뇌의 갈증 중추가 무뎌지는 고령층은 탈수가 부르는 위험에 대비해 틈틈이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탈수는 일반적으로 인체가 섭취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분을 소실할 때 발생한다. 수분 섭취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땀을 심하게 흘리는 경우는 물론, 구토와 설사 등으로도 탈수가 가속화될 수 있다. 기온이 높으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도 몸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땀을 흘리는데, 이 때 충분한 수분 공급이 없다면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노인에게서 탈수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뇌의 갈증 중추가 젊은 사람보다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몸에서 수분이 부족한 상태라고 인식하기가 어려워져 제때 수분 보충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치매 또는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저하시키는 기타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나, 당뇨병처럼 소변 배설을 증가시키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때도 수분 섭취에 소홀해질 수 있다. 일부 노인은 밤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에서 깨는 것을 원하지 않거나 요실금을 두려워 해 물을 적게 마시기도 한다. 장준희 세란병원 내과 부장은 “노인은 온열질환, 탈수를 인식하지 못해 젊은 사람들보다 건강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다”며 “무더운 날에는 숨을 쉬고 땀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수분 손실이 크기 때문에 고령의 부모님이나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이 충분한 물을 섭취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땀과 호흡,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분량은 1ℓ 이상이다. 가벼운 탈수 상태에서는 체중이 3~5% 줄어들며 피부의 긴장도도 감소하지만 소변량은 유지된다.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자연히 갈증을 느끼며 땀 배출량은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중증의 탈수 상태가 되면 갈증을 느끼는 감각이 오히려 줄어들며 혈압은 떨어지고 몸을 일으킬 때 몽롱하거나 실신하게 될 수도 있다. 또 평소 하던 움직임이 힘들고 무기력감이 들며 입맛도 떨어지는데, 식욕 저하로 음식을 통해 염분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탈수가 더욱 심해지기 쉽다. 탈수가 계속되면 신장과 간, 뇌 같은 내부 기관의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며 특히 중증 탈수에 취약한 뇌세포가 타격을 입어 심할 경우 혼수 및 사망으로도 이어진다.

탈수를 예방하려면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 야외활동을 할 경우에는 20분마다 한 컵 이상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체감 온도가 크게 올라가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피하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는 작업은 삼가야 한다. 장준희 부장은 “노인은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의 영향으로도 체온 유지와 땀 배출 조절 능력이 떨어져 탈수 등 온열질환에 훨씬 취약하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이온음료는 당분만 많이 섭취할 수 있으니 주의해 마시고, 탈수를 유발하는 알코올과 카페인 음료 섭취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