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오히려 노년기의 불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이 짧아지면서 수면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갈망이 생기기 쉽지만 정도가 지나칠 경우 반대로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의 연구를 ‘국제정신생리학(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physiology)’에 게재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진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 불면증을 호소한 60세 이상 45명을 대상으로 62채널 뇌파 증폭기를 이용해 수면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뇌파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선 연구에 참가한 수면장애 환자들의 뇌파와 함께 현재 수면 상태와 태도, 불면증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 등을 함께 관찰했다.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68.1세로, 모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면장애를 호소했으며 경미한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보였지만 인지기능은 정상이었다.
잠 못 이루는 밤에 대한 근심이 있을 뿐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는 흔한 노년의 특징을 갖췄지만 이들의 뇌파는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연구결과, ‘수면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이 큰 경우 뇌의 모든 영역에서 뇌가 깨어 있었을 때 흔히 측정되는 뇌파인 베타파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히 잠을 못 자면 다음날 문제가 생긴다고 믿거나 수면 환경이 완벽해야 좋은 잠을 잘 수 있다는 믿음이 비합리적 수준일 때 과도하게 높은 베타파가 관찰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잠자리에서 수면에 대한 걱정을 곱씹으면서 잠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수면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해소하려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중요한데, 연구 참가자들은 이러한 능력도 감소해 있다는 게 뇌파로 확인됐다. 또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수면이 얼마나 방해받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수면 반응성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응성이 높게 나타난 사람들은 뇌의 전 영역에서 델타파와 세타파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델타파와 세타파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주로 관찰되는데,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이들 뇌파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점은 뇌가 비활성화되고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감소했다는 증거다.
종합하면 스트레스 상황이 걱정을 만들고 이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지자 숙면에 대한 고민과 갈망으로 이어져 불면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김석주 교수는 “뇌파 측정을 통해 노년의 불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음을 파악한 연구”라며 “불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지행동치료 등과 같이 마음을 함께 챙겨야 비로소 완전한 숙면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