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급찐살' 정체는 체지방이 아니었다

2024.09.17 09:00 입력 2024.09.17 09:58 수정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올해도 여지없이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 분위기가 과거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 시기가 스트레스인 사람들이 많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도 명절은 ‘그다음날로 건너뛰었으면 싶은’ 날 중 하나다. 실제 명절 후 체중이 몇 ㎏ 늘었다는 하소연도 여기저기 등장한다. 그렇다고 일가친척 다 모인 식탁머리에서 열량을 따지는 일도 분위기 깨기 십상이다. 명절은 명절대로 최대한 분위기에 맞추되, 대신 최소한의 지킬 선만 지켜보자.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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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기름에 지진 전보다는 불고기처럼 살코기를 직접 조리한 음식이 같은 열량에도 포만감이 크고 소화가 더디다.

② 추석과일 중에서는 배와 단감의 열량이 그나마 낮다.

③ 떡은 열량 밀도가 매우 높으니 최소한만 먹자.

그런데 아무리 신경을 써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절 직후 체중이 확 늘어 있곤 한다. 특히 장기간 다이어트를 해왔다면 몇 ㎏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몇 백g에 일희일비하며 살을 빼온 사람들은 속된 말로 ‘현타’를 맞는다. 이쯤에서 궁금한 점. 그렇게 늘어난 체중의 정체는 뭘까?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체지방인데, 늘어난 게 체지방일까? 체지방 1㎏이 늘려면 이론적으로 7700㎉가 필요하다. 명절에 평소보다 많이 먹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죄다 체지방이 된다 해도 몇 ㎏이 단숨에 늘어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단기간에 확 늘어난 몸무게의 정체는 대체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은 물이다. 몸에는 잉여 열량으로 체지방을 늘리기 전에 우선 채우는 곳간이 있는데, 동물성 탄수화물 ‘글리코겐’이다. 단기간 힘을 쓸 때 근육에서 빠르게 태우는 질 좋은 연료인데,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근육과 간에 저장한다. 문제는 글리코겐이 저장 단계에서 물과 결합해 4배의 무게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열량은 얼마 안 되는데도 굉장히 무겁다.

딱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성인의 몸에는 2㎏ 이상의 글리코겐이 저장되어 있는데, 무게만 많을 뿐 하루이틀치 열량에 불과하다. 다이어트로 장기간 탄수화물을 제한한 사람들은 글리코겐 탱크가 바닥난 상태인지라 하루이틀만 잘 먹어도 1~2㎏이 순식간에 늘 수 있고, 반대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던 사람은 하루이틀만 굶어도 그만큼 훅 빠질 수 있다. 한마디로 변동성이 어마어마한 연료다.

다이어트 시작 후 첫 며칠간 유독 체중이 빨리 빠지는 것도 주로 글리코겐이 줄어든 탓이다. 한때 저탄고지 케토제닉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탄수화물을 끊다보니 시작부터 글리코겐이 확 빠지며 체중이 줄어드는 놀라운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한 영향이 컸다. 반대로 중단하는 순간 체중이 확 느는 것도 감수해야겠지만 말이다.

명절 체중을 뒤흔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염분이다. 염분 섭취가 평소보다 많아지면 몸은 더 많은 물을 보유하려 하고, 당연히 체중도 변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변비나 부종으로 체중이 좀 더 늘기도 한다.

원인을 알았으니 대처 방법을 따져보자. 일단 늘어난 체중에서 체지방은 일부에 불과하니 손발 부들부들 떨며 무리한 다이어트에 돌입할 필요는 없다. 평소로 돌아가면 대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한편 글리코겐이 가득 찼다면 운동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마라토너들은 대회 직전 글리코겐을 채우기 위해 탄수화물을 집중적으로 먹는 ‘글리코겐 로딩’이라는 것도 하지 않던가. 그만큼 글리코겐은 숨이 턱에 찰 만큼 힘든 운동, 근력운동에서 많이 탄다. 명절 후 확 늘어난 체중이 스트레스라면 그때만이라도 이런 운동을 해주면 훨씬 빨리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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