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 줄고 근력 떨어지면 파킨슨병 악화··· 근감소증 완화로 진행 늦춰야

2024.09.23 12:44 입력 2024.09.23 13:59 수정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주요 운동 증상. 질병관리청 제공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주요 운동 증상. 질병관리청 제공

파킨슨병이 진행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의 주요 원인이 근감소증임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근육량이 줄고 근육기능이 떨어지는 근감소증과 파킨슨병 간의 불명확했던 인과관계가 밝혀지면서 파킨슨병에 대한 새로운 예방 및 치료 방안이 개발될 가능성이 열렸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허영은 교수 연구팀은 근감소증과 파킨슨병 환자의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NPJ 파킨슨병(NPJ Parkinson’s Disease)’에 게재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등에 등록된 대규모 전장유전체 상관성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수행했다.

파킨슨병은 뇌간 중앙에 있는 뇌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되면서 원하는 대로 몸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움직임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따라서 레보도파 등 도파민 제제를 사용해 치료하는데, 이 약물치료를 장기간 받은 환자 중에선 몸이나 얼굴 등을 흔드는 이상운동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근감소증은 근육량이 줄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낙상·치매·당뇨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분석 역시 나온 바 있으나 기존의 연구방법에서 나타난 한계 때문에 두 질환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요소가 위험요인이 되어 그 결과로 질환을 유발하는지 인과관계를 도출할 수 있는 멘델 무작위 분석법을 도입했다.

연구 결과, 근감소증을 반영하는 악력(손아귀 힘) 및 근육량 감소가 파킨슨병의 진행, 특히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 발생의 위험도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근감소증이 원인이 되어 파킨슨병의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을 발생시켰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 간의 정보가 전달되는 장소에 해당하는 시냅스는 지속적으로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런 시냅스의 가소성이 두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고리가 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파킨슨병은 현재까지 질병의 발생과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는 치료방법이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근감소증을 치료함으로써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허영은 교수는 “약물 유발 이상운동증은 파킨슨병 약물 치료 도중 발생해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장기 합병증으로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근감소증을 호전시키는 근력운동, 충분한 양질의 단백질 섭취와 비타민D 보충을 비롯해 근감소증을 완화하는 약물치료제 개발이 파킨슨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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