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 아래 풍요와 행운을 기원하는 추석,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함께하는 명절 연휴가 다가왔다. 올 추석엔 온 가족이 조붓하게 둘러앉아 술 대신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쌓인 이야기를 풀어보는 건 어떨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대화, 정다운 마음을 담은 차 한 잔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풍족할 수 없을 것이다.
환절기, 온 가족 기관지 건강 챙기는 생강대추차
추석 연휴, 온 가족 마실거리가 고민된다면 추석 차례를 지낸 후 남은 대추를 활용해보자. 달콤하고 향긋한 가을 대추차는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감기 예방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줘 아이부터 기관지 약한 어르신들까지 환절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특히 대추는 기침과 목 통증을 완화하고 코점막을 강화해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우선 차를 끓이기 하루 전, 말린 대추(500g)를 깨끗이 씻은 후 물(3ℓ)을 붓고 대추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고아준다. 다음날 전날 끓여놓은 대추의 씨를 발라내고 믹서에 간 후 배 보자기나 체를 이용해 즙을 내린다. 걸러낸 대추즙을 약한 불에 조금 끈적해질 때까지 달인 후 물에 섞으면 대추차가 완성된다. 농도는 취향대로, 대추를 끓일 때 소금을 한두 자밤 넣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대추와 궁합이 좋은 생강, 감초와 함께 넣고 끓이면 달콤하고도 매콤한 영양 만점 생강대추차를 즐길 수 있다. 대추 끓인물에 찹쌀 넣어서 끓이면 대추죽이 된다.
기름진 명절 음식 먹은 후엔 곶감수정과
생강과 계피를 끓여 만드는 수정과는 ‘천연소화제’라 불릴 만큼 소화 촉진 효능이 뛰어나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고 난 후 더부룩한 속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먼저 생강(100g)을 씻어 껍질째 얇게 저민 후 물(2ℓ)을 부어 40분 정도 끓인 후 식힌다. 계피(100g) 역시 같은 양의 물을 넣고 끓인 후 식힌 다음 생강 끓인 물과 섞는다. 이후 재료들을 채반으로 걸러내고 취향에 따라 흑설탕과 소금을 넣어 완성한다. 생강과 계피를 따로 끓이는 것이 포인트. 그래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곶감을 흑설탕에 12시간 정도 절여 수정과에 넣어두면 디저트용으로도 좋은 곶감수정과가 완성된다.
명절 술자리에 과음했다면 배숙과 오미자에이드
명절 술자리에 과음했다면 배숙과 오미자차가 제격이다. 배에 후추를 박아 꿀물에 끓여 만드는 배숙은 환절기 기관지 건강뿐 아니라 몸의 독소를 밖으로 배출하고 간 해독기능을 도와 숙취 해소에 특효를 발휘하는 음료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즐기는 귀한 보양 음료였지만 누구나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다. 먼저 배를 깎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배 등 쪽에 통후추를 3~4개 깊숙이 박는다. 얇게 저민 생강을 끓인 물에 꿀(또는 설탕)과 준비한 배를 넣고 배가 투명해질 때까지 다시 끓여 식힌다. 이후 생강은 걷어내고 화채 그릇에 담아내면 완성이다. 날씨에 따라 따뜻하게 먹어도 좋고 냉장 보관 후 시원하게 마셔도 좋다.
오미자도 차로 만들어 음주 전후 마시면 덜 취하고 숙취 해소에 좋다. 잘 씻은 건오미자(20~30g)를 차가운 물(1~1.5ℓ)에 넣고 하루 정도 냉장고에서 우린 후 꿀이나 설탕 시럽을 넣으면 새콤달콤한 오미자차가 된다. 오미자는 차가운 물에서 맛과 향, 영양이 잘 우러나기 때문에 차게 마시거나, 찬물에서 우린 후 적당히 데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오미자청에 탄산수를 넣어 마시는 오미자에이드도 명절 온 가족이 즐기기 좋은 음료다. 오미자청은 오미자와 설탕을 1 대 1 비율로 섞은 후 용기에 넣어 밀봉하고 실온에 하루 정도 두었다가 냉장 보관해 먹는다.
바쁜 명절 든든한 아침 대용, 마 주스와 더덕요거트주스
섬유질이 풍부한 마와 더덕은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주스로 만들어 마시면 먹기 편하고 포만감도 느껴져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좋다. 마는 ‘산에서 나는 장어’라고 불릴 정도로 자양강장에 좋은 뿌리채소로 알려져 있다.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뿐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영양소도 풍부하다. 특히 마의 미끈거리는 점액질에는 위장을 보호하는 ‘뮤신’ 성분이 함유돼 있어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마는 가열하면 영양소가 파괴된다. 껍질을 깎아 생으로 먹거나, 우유와 꿀을 넣어 믹서에 간 후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약간의 소금과 시중에 파는 마 가루를 넣어 함께 갈면 더욱 고소한 맛이 난다. 사포닌이 풍부한 더덕은 염증 개선과 피로해소, 면역강화에 도움을 준다. 더덕은 껍질째 깨끗이 씻어 요구르트와 함께 갈아 마시면 향긋하고 새콤하게 즐길 수 있다. 더덕 한 뿌리(25~30g)에 요구르트(200㎖), 굵은 소금을 한 알 정도 갈면 적당하다. 매일 마셔도 부담 없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새콤달콤 아이들 마실거리, 청귤차와 망고스무디
탄산음료 대신 직접 만든 과일 차는 긴 연휴 동안 입이 심심한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거리다. 추석은 영양 가득한 제철 청귤을 즐길 수 있는 시기. 청귤에는 일반 감귤보다 3배 많은 구연산이 함유되어 있어 에너지 생성과 피로해소를 돕고 특히 비타민C가 풍부해 겨울철 아이들 감기 예방에도 좋다. 지금 청귤청을 만들어 두면 가을과 겨울, 이듬해 봄까지 맛있는 청귤차를 맛볼 수 있다.
먼저 깨끗이 씻은 청귤을 양쪽 꼭지를 자른 후 0.5㎜ 두께로 얇게 썬다. 이후 설탕을 부어 잘 버무린 뒤 열탕 소독한 용기에 담으면 청귤청이 완성된다. 청귤과 설탕의 비율은 1 대 1로, 흰설탕 대신 비정제 설탕을 사용하면 영양을 더할 수 있다. 집에 착즙기가 있다면 청귤즙을 내려 슬라이스한 청귤과 함께 담는다. 완성된 청귤청은 탄산수나 얼음물에 넣어 상큼하고 시원한 에이드로 마시거나 따뜻한 물을 부어 청귤차로 즐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망고스무디도 냉동 망고를 이용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비타민A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망고는 시력 향상과 야맹증 예방, 장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는 과일. 100g당 60㎈로 단맛에 비해 칼로리가 높지 않은 편이며 무엇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믹서에 냉동망고(100g)와 우유(200㎖), 플레인 요거트(1개)를 넣고 간 후 컵에 담아내면 완성. 망고가 충분히 단맛을 내기 때문에 따로 설탕이나 꿀은 넣지 않아도 된다.
명절 피로·스트레스 날려! 쌍화차와 자두차
쌍화차는 예로부터 체력보강과 원기회복을 돕는 귀한 약차였다. 만드는 데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지만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통·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해 만들어 놓고 마시면 소모된 기력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쌍화탕에는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 황기, 감초, 계피, 생강, 대추 등 9가지 재료가 쓰인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없앤 약재에 물을 부어 끓인 후 초탕을 받아두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인다. 이런 과정을 3번 반복한 후 초탕, 재탕, 삼탕을 섞은 물에 소금 한 자밤(2g)을 넣고 냉장 보관한다. 배를 함께 넣어 끓이거나 마지막에 흑설탕을 넣으면 단맛이 더해져 더 먹기 편하다. 쌍화차 약재는 한약방과 약재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요즘에는 마트와 온라인몰에서도 쌍화차 키트를 판매해 만들기 쉬워졌다.
9월은 이제 막 제철이 지난 자두를 이용해 자두청을 만들기 좋은 시기다. 자두는 특히 중년여성들에게 좋은 과일로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K가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증 완화, 피로해소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또 자두에 함유된 항산화 물질과 식이섬유가 암이나 알레르기, 염증을 완화해주고 변비를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이 시기 자두청을 만들어 두면 1년 동안 달콤한 자두차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자두청은 깨끗이 씻어 씨앗을 제거한 자두를 설탕과 1 대 1 비율로 믹서에 간 후 레몬즙, 소금 한 자밤을 넣어 만든다. 얼음물이나 탄산수와 섞어 시원하게 마시거나 간편히 생수에 타 먹어도 달콤하고 향긋하다. 자두청을 만들 때 속이 빨간 피자두를 넣으면 선명한 붉은 색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도움말 권귀숙 전통차 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