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잘하고 있나요?”…환경운동가 줄리안이 알려주는 쓰레기 잘 버리는 법

2024.09.28 12:00 입력 2024.09.28 12:01 수정

“9월 날씨 이거 맞아?” 철모르는 더위에 9월 한낮 기온이 30도 넘게 치솟은 날, 사우나 같은 대기를 뚫고 버스정류장으로 내달렸다. 평소 같으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택시를 잡아탔겠지만 오늘 만날 인터뷰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방송인이 아닌 환경운동가 줄리안 퀸타르트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마음만은 노트북 대신 수첩과 펜을 넣은 가방만큼 가뿐했다.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노노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노노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비정상회담>으로 친숙한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은 요즘 방송보다 지구를 지키는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행동 친선대사이자 비건 채식주의자, 주한외국인자원봉사센터 공동창립자, 제로 웨이스트 복합공간 ‘노노샵’의 대표로 기후위기와 채식, 쓰레기 줄이기 등 다양한 환경 이슈를 알리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그가 열혈 환경운동가라는 것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여름 워터밤 축제의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한 ‘워터밤 소신 발언’이 화제가 됐고, 단순히 물 사용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에 대한 생각과 대안을 담은 장문의 글을 공유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리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인터넷에 제 기사가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DJ를 오래 하기도 했고 여러 축제를 경험하다 보니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유럽에선 축제에서 일회용 용기 사용을 금지하거나 대중교통과 자전거 등 저탄소 이동 방법을 활용한 참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등 환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꼭 물을 써야 하는 축제라면 그만큼 다른 부분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실행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었어요.”

덕분에 몰랐던 부분을 알게 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며 친환경 축제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온·오프라인 종횡무진, 열혈 환경지킴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에너지드림센터에서 열린 ‘제12회 난빛축제’에서 아이들에게 멸균팩 수거와 재활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줄리안. 테트라팩 코리아 제공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에너지드림센터에서 열린 ‘제12회 난빛축제’에서 아이들에게 멸균팩 수거와 재활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줄리안. 테트라팩 코리아 제공

줄리안이 하루아침에 환경운동가가 된 것은 아니다. 벨기에 남부 리에주,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보다 염소 수가 더 많은’ 작은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며 자랐다. 천연제품과 유기농 상점을 운영하셨던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지킬 수 없는 법. 싸움이 나면 친한 친구부터 챙기듯 자연스럽게 환경을 지키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됐고 환경 보호를 위한 목소리가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방송보다 환경과 관련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더 많아졌다.

“처음엔 내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도 되나? 나는 그냥 방송인인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한때는 몇몇 실천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기후우울증’에 빠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다 보니 지금은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어요. 제가 2016년 EU 기후행동 친선대사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요즘은 기후위기와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껴요.”

어느덧 방송경력 19년 차. 지금은 환경 셀럽으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방송과 환경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피하는 데다 육류는 일절 먹지 않는 비건이다 보니 촬영장에서 제공하는 도시락부터 뒤풀이 회식까지 걸리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환경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신념 때문에 ‘날려 먹은’ 프로그램과 광고도 여럿. 자연스레 일이 줄어들며 방송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선한 영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졌다.

줄리안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를 알리고 있는 환경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환경을 지키며 옷 사는 방법’ ‘플라스틱 안 쓰고 립밤 구매하는 방법’ ‘화장실 가면서 환경을 지키는 방법’ 등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노하우 콘텐츠가 가득하다. 환경 인플루언서로 각종 강연과 행사, 광고, 인터뷰 등 24시간이 모자라지만 틈이 날 때마다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댓글에 답변도 달며 팔로어들과 부지런히 소통한다.

■비건 4년차, 일회용품 피하고 생일엔 선물 대신 기부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노노샵’에서 인터뷰 후 분리배출 수거된 멸균팩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노노샵’에서 인터뷰 후 분리배출 수거된 멸균팩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쯤 되니 줄리안의 환경 실천 목록이 궁금해졌다. 그는 환경을 위해 일상에서 어떤 것들을 실천하고 있을까? 일회용 용기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플라스틱 튜브가 없는 고체 치약을 사용한다. 그가 운영하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 노노샵에서는 치약뿐 아니라 샴푸와 세제, 화장품 등을 다회용기에 담아 갈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배달음식도 거의 먹지 않는다. 언제 마지막으로 배달음식을 먹었는지 묻자 몇년 전으로 기억을 더듬는 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 가까운 곳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말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주한외국인자원봉사센터 ‘발룬티어코리아’ 회원들과 함께 한강과 바다를 찾아 ‘줍깅’(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도 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 육류와 어류, 유제품을 먹지 않는 비건으로 식생활을 바꾼 지도 4년이 됐다. 소와 양 등 동물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적받는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식량 생산 산업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된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최소 1도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줄리안은 비건 생활과 운동을 시작하고 인생 최고 몸무게를 기록하고 있다며 “환경뿐 아니라 나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는 습관도 생활화하고 있다. 매년 생일이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 대신 어린이단체나 환경단체에 기부를 부탁한다. 환경을 생각하면 ‘만들어지지 않는 제품이 가장 좋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 쓰레기 분리배출, 일상 속 기본 환경 실천

노노샵에서는 멸균팩과 종이팩 수거 및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노노샵에서는 멸균팩과 종이팩 수거 및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줄리안은 쓰레기가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분리배출하는 것도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본 환경운동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선 매년 7만t의 종이팩이 소비되고 있지만 그중 14%만 재활용되는 실정이다. 흔히 ‘테트라팩’이라고 부르는 멸균팩의 경우 최고급 나무 펄프로 만들어지는데 제대로 재활용되면 두루마리 휴지나 페이퍼타월, 크라프트지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시는데 멸균팩도 종이 우유팩처럼 물에 한 번 씻어 말린 후 수거함에 넣으면 돼요. 단 일반 배출품들과는 다른 재활용 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우유팩과는 따로 분리배출해야 해요. 요즘엔 각 지역의 주민센터나 재활용센터, 대형마트에서도 멸균팩 수거함을 운영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멸균팩 분리 배출하는 방법.

멸균팩 분리 배출하는 방법.

사람들이 아무리 분리배출을 열심히 해도 그것들을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가 되고 만다. 그는 본인이 사는 지역에 멸균팩 수거함이 없으면 수거함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재활용 시스템이 잘 갖춰질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도 소비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마지막으로 줄리안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가을맞이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날씨가 추워지며 새 옷 장만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버려지는 옷들을 한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전 세계에서 매년 1000억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그중 30%가 버려진다고 해요. 미국에선 지난 30년간 새 옷이 평균 7번 입고 버려졌다는 통계가 있어요. 새 옷을 구매하실 때 이 옷이 나에게 꼭 필요한지 생각해보시고 꼭 필요하다면 재사용 의류로 교환하시는 방법도 추천해요. ‘다시입다연구소’에서는 안 입는 옷을 서로 물물 교환하는 ‘21%파티’를 운영하니 이용해보세요. 나도, 지구도 예뻐지는 훈훈한 가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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