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강원도 인제·양양군 점봉산

2007.10.11 09:56

-천상의 비경-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25) 강원도 인제·양양군 점봉산

강원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에 걸쳐 있는 해발 1424m의 점봉산(點鳳山). 일부 산등성이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북동쪽에 설악산 대청봉이, 북서·남서쪽엔 가리봉(1519m)과 가칠봉(1165m)이 솟아 있다. 양양 방면은 기암괴석과 암반위를 흐르는 계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인제 쪽은 산 중턱부터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점봉산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보존돼 생태계 보고이기도 하다. 한반도 식물 남북방 서식지의 한계선이 맞닿아 있어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20%에 해당하는 854종이 자생해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존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산림청도 점봉산 일대를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역에서 철저한 입산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학술 연구 목적의 입산은 사전허가를 거쳐 일부 허용되고 있으나 산악·동호회 등을 통한 단체 등반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점봉산 산행의 즐거움은 ‘주전골’과 ‘곰배령’에 있다. 양양군 서면에 위치한 주전골은 점봉산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물이 빚어 놓은 곳으로 남설악 지구에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선녀탕·용소폭포·만물상·여심바위·12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와 기암괴석이 이뤄낸 비경을 품고 있어 4계절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주전골 성국사 터엔 보물 제497호인 양양 오색리 3층 석탑도 남아 있다. 이곳의 가을 단풍은 단연 압권이다.

점봉산 등산 코스의 들머리에 위치한 용소폭포.

점봉산 등산 코스의 들머리에 위치한 용소폭포.

계곡길도 평탄한 편이어서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주전골은 옛날에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이곳에서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바위가 엽전을 쌓아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주전골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주전골 아래의 오색약수와 오색온천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인제 방면 점봉산 산행의 백미는 ‘곰배령’이다.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는 듯한 형세를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인 곰배령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의 원시림과 귀목골 등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다 만날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 같은 곳이다. 곰배령은 16만여㎡(5만여평)의 평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곳엔 얼레지·동자꽃·노루오줌·마타리·둥근이질풀·물봉선·쑥부쟁이·용담·투구·노란 패랭이꽃 등 각종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계절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바람결에 흔들리는 야생화 사이로 설악산 능선도 한눈에 보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곰배령은 ‘고산 화원’ 또는 ‘천상의 화원’으로도 불린다. 할머니들이 콩자루를 이고 장보러 넘어 다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사 또한 완만해 트레킹에 가까운 느낌이 들게 한다. 여름에 온산을 뒤덮은 야생화와 청량감을 더하는 크고 작은 계곡. 그리고 가을에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과 이국적인 겨울 설경. 점봉산은 한마디로 4계절 매력 포인트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산이다.

〈인제|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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