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키운 우럭 90%가 폐사했습니다” 폭염에 수온 30도 넘은 충남 천수만 양식장 가보니

2016.08.18 16:12
권순재 기자

18일 오후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5리 대야도 해상 문윤모 어촌계장(60)의 가두리 양식장. 천수만을 바라보는 안면도의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곳으로 조피볼락(우럭) 25만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문윤모 어촌계장과 함께 배를 타고 이동해 바다 위에 떠있는 양식장에 오르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양식장 수조마다 부패가 진행된 우럭 1000여마리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떠있었다.

천수만에 위치한 대야도 해상 수온은 지난 1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18일째 표층수온 최고온도가 28℃를 넘고 있다. 28℃는 우럭의 한계수온(생존이 어려운 수온)이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수온은 29.5℃다.

문윤모 어촌계장은 “지난 15일부터 건져내기 버거울 정도로 폐사한 우럭이 떠오르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2013년에도 수온상승으로 우럭이 폐사했는데 당시 받은 대출금도 아직 못 갚았다”면서 “2014년부터 3년을 키워 오는 12월쯤 출하할 예정이었던 (400g 이상 되는) 우럭 12만마리 중 90% 정도가 폐사했다”고 말했다.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5리 대야도 해상 문윤모 어촌계장(60)의 가두리양식장에 집단 폐사한 조피볼락(우럭)들이 물 위에 떠 있다. |권순재 기자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5리 대야도 해상 문윤모 어촌계장(60)의 가두리양식장에 집단 폐사한 조피볼락(우럭)들이 물 위에 떠 있다. |권순재 기자

양식어가들의 고민은 어류 폐사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양식장에 투자한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는 것도 양식어가의 시름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문윤모 어촌계장의 경우 민간보험회사의 보험에 가입했지만 수온상승 및 적조에 따른 폐사 등을 보장하는 특약은 가입하지 않았다. 그는 “수온상승에 따른 폐사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특약을 추가할 경우 보험료가 두 배 이상 올라가 기본사항만 가입했다”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막막하다”고 했다.

가두리 양식장 양식어류 폐사는 유속의 흐름이 거의 없는 천수만 일대에서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천수만은 유속이 느려 수온이 올라가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지역이다. 서산시 부석면 창리의 경우 17일 현재 1만7790㎏의 우럭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안군과 보령시도 천수만 일대 양식장 폐사 현황을 조사 중이다.

지자체들은 양식장 어류 폐사 원인을 계속되고 있는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수온 상승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폐사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원인조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18일부터 폐사신고를 접수받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이 안 되지만 폐사량이 늘어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5리 대야도 해상 문윤모 어촌계장(60)의 가두리양식장에 집단 폐사한 조피볼락(우럭)들이 물 위에 떠 있다. |권순재 기자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5리 대야도 해상 문윤모 어촌계장(60)의 가두리양식장에 집단 폐사한 조피볼락(우럭)들이 물 위에 떠 있다. |권순재 기자

천수만지역은 지난 2013년 8월에도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양식어류 상당수가 폐사한 바 있다. 당시 시·군별 피해금액은 보령시가 15개 어가에서 6억2000만원, 서산시 18개 어가 27억8000만원, 홍성군 2개 어가 1000만원, 태안군 50개 어가 18억50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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