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 환경 개선 시급”···대구 사립학교서 급식 노동자 처우 열악 비판

2021.08.26 11:31 입력 2021.08.26 14:20 수정

대구 한 사립학교의 급식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학교는 장소 부족 등을 이유로 당장 처우 개선이 어려운 점이 있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는 대구지역 사학 중 한 곳인 A학교 측이 급식 노동자에게 열악한 처우를 제공하고 있다고 26일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4일 해당 학교 앞에서 안전·위생급식을 촉구하고 반인권적 노동환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측이 산업안전보건법과 고용노동부 지침 등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대구 A사립학교 급식 노동자 휴게실에 조리원들이 들어와 서 있는 모습.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제공

대구 A사립학교 급식 노동자 휴게실에 조리원들이 들어와 서 있는 모습.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제공

이 학교 급식실에서는 여성 18명과 남성 1명 등 조리실무원 19명이 일하고 있지만, 학교가 실무원에게 제공한 휴게공간은 6.6㎡(약 2평) 남짓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선풍기 등 비품공간을 제외하면 3명이 겨우 앉는 수준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시 설치·운영기준을 권고하기 위해 만든 지침을 보면, 노동자 1인당 휴게공간 크기는 의자와 탁자 등을 포함해 1㎡, 최소 전체면적은 6㎡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노동부 지침은 “사업장 규모와 업무 특성이 다르므로 전체 적정면적은 업무시간과 내용 등을 고려해 사용자와 노동자 측의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했다. 비정규직노조는 노동부 지침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19.8㎡(약 6평) 이상의 휴게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구 A사립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휴게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제공

대구 A사립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휴게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제공

노조 관계자는 “해당학교 급식 노동자 1명이 학생 140~160명 분의 음식을 만든다. 일반음식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노동이 필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통상 다른 학교에서는 노동자들이 다 같이 누워서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면적을 확보하지만, 이 학교 휴게시설의 경우 다리를 뻗을 공간은 커녕 다같이 서 있을 자리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샤워 및 세탁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교 급식실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79조 규정에 따라 세면·목욕시설, 탈의 및 세탁시설을 설치하고 필요한 용품과 용구가 비치돼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열악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노조는 비판했다.

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는 A학교에서는 별도의 샤워실 없이 남녀가 함께 쓰는 화장실에 샤워기 2개를 달아 놓은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또 급식실 행주·장갑 등을 세탁하는 세탁기와 위생복용 세탁기를 따로 두는 게 적절하지만, 이 학교는 세탁기 1대만 있어서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 A사립학교가 급식 노동자들에게 샤워공간으로 제공한 화장실의 모습. 한쪽 벽면에 샤워기 2개가 설치돼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제공

대구 A사립학교가 급식 노동자들에게 샤워공간으로 제공한 화장실의 모습. 한쪽 벽면에 샤워기 2개가 설치돼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제공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샤워 시설이 부족해 급식 노동자들이 음식쓰레기를 처리한 후 냄새나는 상태 그대로 퇴근한다”면서 “또 세탁기가 1대 밖에 없어서 행주와 속장갑만 빨고 노동자들이 위생복은 집에 가져가서 빨 수밖에 없다. 이 학교와 비슷한 공립학교가 세탁기 3~4대와 건조기까지 갖추고 있는 것과 큰 차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 밖에 산업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방학 중 급식실 청소 일수 단축 등의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20일 학교 측에 정식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노조는 학교측이 적극적인 논의와 환경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파업을 포함한 다양한 투쟁과 고소·고발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는 노조의 주장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휴게공간 외에 같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약 5평)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A학교 관계자는 “현재 급식실의 공간이 좁아 (노동자들을 위한) 샤워실을 별도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건 맞다. 다만 이는 대구교육청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내년에 교육청 지원을 받아 식당 현대화공사를 벌일 예정이다. 관련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세탁기 추가 설치도 노동자들과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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