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사원 ‘돼지머리’ 갈등 “구청이 혐오 키워”

2022.11.28 20:44 입력 2022.11.28 20:48 수정

대구 북구청 한 달째 방치…신축 중단 차별적 행정 지적

주민 반발 계속돼…무슬림 유학생 “종교적 자유 존중을”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8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북구청이 주민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8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북구청이 주민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이슬람사원 공사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차별을 제발 멈춰주세요.”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대표를 맡고 있는 무아즈 라작(26)은 28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슬람사원 건축 과정에서 관할 구청의 차별적인 행정으로 인해 주민 간 갈등이 ‘돼지머리’까지 전시하는 이슬람 혐오로 번졌다며 착잡함을 숨기지 못했다.

라작은 “(이슬람사원이 건축되는 곳은) 2014년부터 무슬림 학생이 매일 기도를 드리던 모스크(이슬람사원)였다”며 “주민들도 모두 알고 평화롭게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모스크를 증축하게 됐고 이 과정 막바지에 논란이 됐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북구청이 정당한 공사를 못하게 하면서 갈등이 터져나왔다”고 덧붙였다. 북구청은 지난해 이슬람사원이 증축되는 대현동 일대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공사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이슬람사원 건축주들은 같은 해 7월 공사중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사원 건립 공사는 지난 8월부터 재개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이어졌고, 경찰은 법원 판결 후 공사를 방해하던 일부 주민들을 입건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날 오전 이슬람사원 건축공사장 출입구 인근에는 삶은 돼지머리 2개가 놓여 있었다. 지난달 27일 이후 한 달 넘게 방치돼 있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긴다. 외국에서 이슬람사원이나 주거지 인근에 돼지머리를 두는 행위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표현한다.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를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북구청에 해결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얻지 못했다. 서창호 대책위원장은 “사유지라고 해도 폐기물관리법상 소유자는 토지나 건물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구청장이 이 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명할 수 있지만 이를 방관하면서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구청이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나왔다. 북구청이 내린 공사중지 행정명령과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사원 예정지 인근에는 ‘테러의 온상 이슬람사원 절대 반대’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0월 “뚜렷한 근거 없이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는 일방적인 민원을 이유로 공사중지를 통보했다”며 북구청장에게 공사 재개와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 제거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이상훈 북구청 건축주택과장은 “답변할 게 없다”며 “이슬람사원과 관련된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아즈 라작은 이슬람 공포의 근거가 되는 테러리스트는 이슬람 세계에서도 배척받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는 수년간 컬러풀 대구라는 슬로건으로 문화적 다양함을 존중해온 도시로 알고 있다”며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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