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국내 최대 IT단지 근로자 2명 중 1명 “야근·특근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 경험”

2021.12.08 15:11 입력 2021.12.08 16:02 수정

성남지역 IT노동자의 노동현실 인포그래픽. 성남시 제공

성남지역 IT노동자의 노동현실 인포그래픽. 성남시 제공

경기 성남시의 한 정보통신(IT) 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올해 7~8월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3시간에 불과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공개를 앞두고 개발팀 전체가 ‘비상 근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오전 4시에 일어나 다음날 오전 1시에야 잠을 자는 생활을 2개월간 지속해야만 했다.

주말과 휴일에도 예외는 없었다. A씨의 주당 근무 시간은 100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그는 정신이 멍해지고 소화가 잘 안되는 등 몸에 이상이 생겼지만 성과에 대한 압박 탓에 계속 일해야만 했다. A씨는 “대외적으로는 주 52시간을 지켜야 했기에 추가 근무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작업 막바지에는 ‘이러다가 쓰러지는거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국내 최대 IT단지인 판교테크노밸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IT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2명 중 1명은 고강도의 노동을 의미하는 ‘크런치 모드’(Crunch mode)를 경험했으며, 이런 노동 기간은 연평균 34일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크런치 모드는 수면과 식사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까지도 희생하며,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등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근무 형태를 의미한다. 크런치 모드는 IT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문제 중 하나다. 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 공개를 앞두고 이뤄진다. 국내에선 2016년 한 게임사에서 장시간 근무를 이어가던 20대 노동자가 심장동맥경화로 사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성남시는 청년유니온 부설 상담교육센터인 ‘유니온센터’에 의뢰해 성남지역 IT 임금노동자·프리랜서 16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이같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51.0%는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경험한 크런치 모드 기간은 한 해 평균 34일로 집계됐다. 크런치 모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19.7%나 됐으며, 퇴근 후나 휴일에 업무에 복귀하는 경우도 30.8%에 달했다.

회사로부터 업무량 압박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32.2%, 속도 압박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32.6%였다.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돼 전환배치나 대기발령을 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응답자도 29.5%나 됐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IT 노동자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부당한 경험을 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속한 금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대행업자 이용 피해’(64.0%)가 가장 많았고, ‘일방적 계약 내용 변경’(44.0%), ‘계약 내용 이외 업무 지시’(41.3%) 등 순이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조사 결과 IT 노동자 상당수는 휴식 여건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취약한 노동환경에 있는 IT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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