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특별한 농구클럽’…몸치? 여자? 뭐 어때, 농구가 하고 싶잖아

2022.08.29 21:34 입력 2022.08.29 21:43 수정

서울 성수동 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에서 21일 양희연 코치와 초등학생 아이들이 손을 모으며  ‘화이팅’을 외친 뒤(왼쪽 사진) 농구 경기를 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에서 21일 양희연 코치와 초등학생 아이들이 손을 모으며 ‘화이팅’을 외친 뒤(왼쪽 사진) 농구 경기를 하고 있다.

‘노사이드 스튜디오’와 함께
승리보다 존중 배우는 시간

학교 체육서 소외된 여아도
아들 경기 구경하던 엄마도
공의 감각에 집중하며 즐겨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성수동 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 2층 농구경기장.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준비운동을 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몸을 낮추며 한쪽 다리를 뒤로 길게 뻗었다가 다시 높게 들어 올리는 ‘런지 스텝’, 고개를 들고 다리를 한쪽씩 직각으로 들어 껑충껑충 뛰는 ‘하이 피치’ 등 농구공을 들기 전 충분히 몸을 풀기 위한 동작들이다.

“하나, 둘, 더 세게!” 능숙하게 구호를 외치며 아이들을 이끌던 양희연 코치(45)는 “남자아이들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몸동작을 크게 해본 경험 자체가 적다”면서 “경기를 하기 이전에 몸을 크게 움직이게 하는 훈련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체육관에서는 매주 특별한 농구클럽이 열린다. ‘다양한 구성원이 존중받는 팀스포츠’다. 이곳에선 승리보다 배려와 존중이 우선시된다. 나보다 실력이 낮은 사람과도 팀워크를 맞추며 즐기는 게 목표다.

학교에서 운동장은 주로 남자아이들의 전유물이 되지만 이곳에선 여자아이들이 기세를 편다. 몸동작이 어색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로지 공의 감각에만 집중하며 뛰어다닌다.

농구클럽은 성동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 사업 공모에 선정된 ‘노사이드 스튜디오’가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차례씩 유소년·성인을 대상으로 농구 프로그램이 열린다. 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 회사는 양 코치가 감독으로 있는 농구클럽 ‘돌핀즈’와 협업해 생활체육 프로그램 지원에 본격 나섰다.

정지원 노사이드 스튜디오 대표(36)는 “성별이 무엇이든, 실력이 어떠하든, 자기답게 인정받으면서 운동할 수 있는 게 이 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참여자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날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치열하게 1차전 경기를 마친 조하린양(10)은 패배가 못내 아쉬웠는지 “한 번 더 뛰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기회를 넘기고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던 하린양은 “운동을 좋아하지만 학교에서는 남자아이들만큼 많이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가 뛰는 걸 보고 농구의 매력에 빠진 엄마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모습을 보고 화요일 저녁 성인 클럽에 참여하게 됐다는 박지연씨(50)는 이곳에서의 농구 경험을 “일종의 자기 돌봄 활동”이라고 말했다. 잡념을 뒤로한 채 공의 감각에만 몰입해 뛰고, 부딪치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을 100m 달리기에 21~22초나 걸리는 일명 ‘몸치’라고 했다. 농구 골대 가까이에서 뛰어올라 공을 넣고 내려오는 ‘레이업슛’에 성공하는 데도 남들보다 두 배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못한다고 아들이 잔소리할 때도 있다”며 웃었다.

양 코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양 코치는 20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주위의 만류를 뒤로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그는 “지역사회에 스포츠문화가 정착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게 꿈”이라고 했다.

성동구와 노사이드 스튜디오가 함께하는 농구클럽은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성동구 주민은 별도의 회비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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