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들이 하천변에 파크골프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키로 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층 증가에 따라 급증한 수요에 대응한다는 게 찬성측 입장이지만, 공간이 귀한 시내에 소수만 이용하는 대형 시설을 다수 건설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31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25개 구청장들은 오는 8월 초 공동으로 환경부 장관을 만나 파크골프장에 대한 하천 점용허가를 건의하기로 했다. 최근 주민 수요가 급증한 파크골프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는 동호인은 9929명으로 2021년(2961명)보다 3.4배로 늘었다. 그러나 파크골프장 보급률은 전국 최하위라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에는 9월 정식 운영을 앞둔 탄천 파크골프장을 포함해 총 15곳의 파크골프장이 있다. 서울시 산하·출연기관 운영 시설이 4곳, 자치구 운영이 11곳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1홀당 이용자가 1만2000명 수준으로 전국(1200명)의 10배가 넘는다.
이들 시설은 대부분 한강이나 안양천·중랑천 변에 위치해 있는데, 일부 파크골프장의 경우 하천 점유 허가가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파크골프장을 설치할만한 평탄한 녹지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파크골프장이 체육시설로 정식 인정받은 만큼, 서울 구청장들은 파크골프장 하천 점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구청장들은 골프보다 면적은 작지만 활동량과 접근성이 높은 도심 파크골프가 고령층 주민에게 높은 인기를 끌면서 초고령 사회 대비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6월4일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시니어올림픽에 참석해 “파크골프장 추가 조성을 위해 최근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 환경부 장관과 만났다”며 “2026년까지 파크골프장 77곳, 총 700홀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대도 많다. 해당 공간을 공개 녹지나 공원으로 조성하면 산책이나 운동·휴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나 파크골프장은 소수의 인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천변에 들어서는 파크골프장은 하천의 유속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환경부는 이런 문제를 들며 파크골프장의 하천점용허가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파크골프장에 설치되는 펜스 등은 호우 시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나뭇가지 등이 걸려 물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며 “혹시나 사용될지 모르는 제초제가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방공원에 파크골프장을 만들려던 동작구는 하부 수돗물 저장시설이 제초제에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 등 주민 반발로 인해 최근 계획을 접었다. 서대문구는 백련근린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다 쉼터가 부족하다는 주민 반대로 지난해 6월 이를 철회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 여가생활로 파크골프 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서울 시내 무작정 늘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서울 외곽에 시설을 마련하고 자치구가 교통편을 마련하는 식의 대안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백련공원을 대신할 파크골프장 부지로 관내 이외의 장소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