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문을 연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 앞마당에는 현실을 재연한 압구정 거리가 있다. 배달·순찰용으로 개발된 로봇을 실제 상황과 똑같이 운행해볼 수 있는 실증공간이다.
조명성 강남구청장은 서울에 이 같은 시설을 처음 만든 데 대해 “저출생·고령화가 부른 인적 구조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적 도시의 명성을 갖춘 강남은 그에 맞는 행정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강남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미 대기업들이 개발한 민간 산업용 로봇이 아닌 서비스 로봇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식당·호텔, 행정 등에서 필요성이 커진 영역”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제안발표회를 열어 배송·안내·청소 등 구정에 적용할 로봇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발굴한 것과 같이 앞으로도 지역 내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강남을 세계에 알린 의료 분야 역시 지역의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코로나19 확산 후 위축됐던 의료관광은 빠르게 회복해 지난해 강남구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18만5559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209% 이상 늘어난 수치다. 조 구청장은 “민선8기 전체 목표 15만명을 초과 달성했다”며 “수준 높은 의료진과 장비들을 외국인 환자들에게 신뢰감 있게 연결해주는 행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역 ‘토박이’인 그는 “구청장 취임 전에는 도시에 필요한 정책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추진할까를 더 많이 고민한다”며 “사회구조가 복잡해져 정부와 서울시, 민간·단체 등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강남은 30~40년 전 이뤄진 도시계획을 앞으로 100년 위해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강남에는 현재 97개 주거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여러 철도망 건설 사업과 맞물려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복합개발해 업무·주거·문화·상업 시설을 집약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공공기여로 주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도 갖춰야 한다.
조 구청장은 “재건축을 미래를 위한 도시설계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정비사업 기부채납 공공시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자치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조합장·추진위원장과 정기적 간담회를 하는 것도 이런 도시설계를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교통비 지원을 늘리는 것도 기후위기 대책이자 미래에 대한 대비다. 강남구는 조례를 통해 분기 별로 고령층(6만원)과 청소년·아동(4만원·2만원)의 버스비를 보전해주고 있다. 조 구청장은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대중교통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대상을 19~39세 청년까지 확대하고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설계 변경을 놓고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이 협상 중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레스(GBC)에 대해서는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지역의 문화시설이자 관광자원이 될 공간이지만 공사가 장기화돼 진행 속도가 빨라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며 “GBC 설계변경이 진행될 때 강남구가 관련 협상에 구민을 대표해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에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