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4년 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1980년 5월 발포 책임자와 암매장 등 핵심 사건을 규명하지 못한 채 종합보고서 작성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진상규명을 기대했던 광주지역에서는 실망감을 나타냈다.
조사위는 24일 오후 서울사무소에서 ‘5·18조사위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4년간의 조사 활동 내용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17건의 직권조사 사건 중 13건은 진상규명이 결정됐지만 발포 경위와 책임소재, 무기고 피습, 군 기관과 국가정보원 등에 의한 은폐·왜곡 등 4건은 전원위원회를 통해 ‘진상규명 불능’으로 의결됐다.
이중 발포 책임자와 암매장지 소재 확인 등은 조사위의 출범 목적이자 핵심 과제였다. 2020년 5월16일 조사 개시를 선언한 조사위는 당시 성명을 내고 “최초 발포 명령자, 암매장 의혹 사건 등 40년 전 5월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전력투구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합보고서가 공개되자 광주 지역사회는 실망감에 휩싸였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발포 책임자와 행불자를 찾겠다고 나선 조사위가 지난 4년간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이런 국가보고서는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작성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된 종합보고서는 수정도, 폐기도 불가능하다.
이런 부실한 보고서는 ‘예견된 일’라는 지적도 있다.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종합보고서는 공식 조사 활동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26일까지 위원 간 충분한 논박이 이뤄져 합의해야 했던 사안”이라며 “위원 간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을 보면 한심스럽고 이런 부실한 종합보고서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사위는 지난 2월에서야 직권 조사 개별 사건에 대한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는 ‘계엄군도 피해자’라거나 헬기 사격, 무기고 피습 시점, 장갑차 사망 사건 등 기존 결과를 뒤집는 내용이 담겨 있어 지역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사위는 이후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한 뒤 최종 종합보고서를 이날 공개했지만 위원 9명 중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추천위원 3명(이종협·이동욱·차기환)은 “수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성명을 내고 불참했다.
조사위 내부조차 동의하지 못한 종합보고서가 만들어지다 보니 되려 5·18 왜곡의 또 다른 빌미로 이용되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종합보고서는 내용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왜곡·폄훼의 소지도 다분하다”며 “대통령과 국회는 미완으로 끝난 5·18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도 “종합보고서는 국민이 이해할 만큼의 결과가 아니며 5·18왜곡의 자료로 활용될 소지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송선태 조사위원장은 비판 여론을 예상한 듯 종합보고서 발간사에 “4년 간의 조사 활동과 결과를 돌아보면 조사위가 설립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는가에 대한 뼈아픈 자성이 앞선다”라며 “이 보고서가 5월의 진실규명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