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경찰 수사에 이의신청 못한다…형사소송법 개정안 문제는

2022.04.28 17:22 입력 2022.04.29 10:03 수정

2019년 7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잠실야구장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 불기소 처분, 검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2019년 7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잠실야구장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 불기소 처분, 검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고발인이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고발인은 사건이 불송치됐을 때 경찰에 이의신청을 할 수도, 검찰의 보완수사를 받을 수도 없게 된다. 검찰의 항고나 법원의 재정신청도 불가능하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장애인처럼 스스로 고소를 하기 어려운 이들이 경찰의 수사가 잘못돼도 권리를 구제받을 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의신청 주체에 ‘고발인’이 빠지면 장애인 등 스스로 고소 등을 하기 힘든 이들의 수사 불복 절차가 사라진다고 비판한다. 장애인 인권 침해가 의심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고발한 사건의 경우 이 기관은 경찰이 불송치해도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인 최정규 변호사는 28일 통화에서 “피해 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워 저희 같은 기관이 고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이의제기를 못하게 되면 장애인 사건 대부분은 시정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잠실 야구장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의 경우 피해 장애인이 직접 경찰에 고소했음에도 검찰이 고소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에게는 고소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은 직접 고소를 해도 고소인으로서 권리를 구제받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고발인마저 이의신청 주체에서 제외되면 장애인의 권리 구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처럼 공익신고인이나 시민단체가 고발한 공익 관련 사건 역시 경찰의 수사 결과에 문제를 느껴도 고발인이 불복할 방법이 없다. ‘n번방’ 사건처럼 피해자가 직접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힘든 고발 사건도 그렇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함께 상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선거 사건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찰에 선거사범을 고발하는 경우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아도 선관위는 이의신청을 못 한다.

아동·장애인 사건을 주로 맡아온 김예원 변호사는 “정치인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고발 사건의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막아놓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피해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들이 잘못된 수사에 불복할 방법이 사라졌다. 국가가 국가이길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