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혼 사실만 알린 건 명예훼손죄 안 돼…평판 훼손 없다"

2022.05.30 14:19 입력 2022.05.30 14:23 수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이혼한 사실을 타인에게 전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 ‘이혼 사실’ 자체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라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58)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한 지역의 동장이었던 A씨는 2019년 다른 주민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한 지역 주민과 전화 통화하면서 “어제 열린 마을 제사에 남편과 이혼한 B씨도 참석해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과의 대화에서는 “B씨는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마을 제사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심은 명예훼손죄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혼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은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사라진 요즘 사회 분위기상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이혼한 사람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표현은 비난을 포함하고 있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의견’이 아닌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범죄인데, A씨가 B씨의 제사 참여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건 ‘사실’이 아닌 ‘의견’이라고 본 것이다. A씨가 적시한 사실은 ‘B씨가 이혼을 했다’, ‘B씨가 제사에 참여했다’는 것 뿐인데, 이 두 사실은 B씨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이 아니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의 말은 B씨의 제사 참석에 대한 부정적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표현하고 있을 뿐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구체적 사실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A씨가 피해자의 이혼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이혼 사실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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