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일관한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윤 대통령 통화 내역·격노 논란에 ‘함구’

2024.06.21 19:10 입력 2024.06.21 20:55 수정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비서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성동훈 기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비서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성동훈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에 수사외압을 가한 것으로 지목된 국방부·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무렵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사유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기 어렵다”며 함구했다. 이른바 ‘윤 대통령 격노 발언’을 들은 당사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수중수색을 지시하지도, 수중수색을 알지도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국회에서는 ‘증인들의 진술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고성이 터져나왔다.

8월2일 윤석열 통화·‘VIP 격노’ 묻자…해병대·국방부·대통령실 ‘답변불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 청문회에서는 윤 대통령과 국방부·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통화 내역이 주요하게 언급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무렵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기훈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비서관 등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

이날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2일 무렵 윤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내용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냐’는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은 8월2일 12시7분44초(4분5초 통화), 12시43분(13분43초), 12시57분(52초)에 통화를 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2일 우즈베키스탄 출장 당시에도 윤 대통령과 수차례 전화하는 이유가 뭐냐’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사건) 수사 지시 및 보직해임 지시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 전 장관과 같은 날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신범철 전 차관과 임기훈 비서관도 답변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일 오후 1시25분부터 4분51초간 임 비서관과 통화했고, 이어 오후 4시21분에 신 전 차관과도 한 차례 통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 전 차관은 “(통화 내용을)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 비서관은 ‘용산 대통령실이 기록 회수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계환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접한 이후 격노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언 거부’를 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격노 사실 있던 것으로 보인다. 임기훈 비서관에게 듣고 박정훈 대령에게 전달한 것 아니냐”고 묻자 “(제가) 공수처 피의자라 답변하지 못한다. 양해해달라”고만 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박정훈 대령은 증인에게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하는데, 본인은 이런 말을 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고, 형사소송법 148조에 의거해 답변드릴 수 없다”고 반복했다.

임성근 “임의로 수중에 들어간 게 잘못” 혐의 부인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후 공개 석상에 처음으로 나온 임성근 전 사단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호우피해 실종자 수중 수색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채 상병이 소속됐던 제1사단이 임의로 수중 수색을 한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해병대 제1사단이) 수중에서 수색하는 장면이다. 뭐가 잘못됐나’라고 묻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 질문에 “물속에 들어가선 절대 안 되는 작전, 육지에서만 하라고 했던 작업을 임의로 수중에 들어가서 한 게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 이전 수중 수색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느냐’라는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당시 집중 호우가 내렸을 때 해병대가 피해 복구 작업을 했는데 이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경북 지역 지역군 사령관에게 있다”며 자신에겐 지휘권이 없었다고 했다.

의원들은 임 전 사단장이 청문회에 앞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음에도 이 같은 진술을 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가) 증인 선서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변명하기 위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대통령실 관계자들마저 증언에 적극 응하지 않은 정황을 언급하며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은) 윤 대통령이 외압을 행사한 (중략) 탄핵사유가 될 수도 있는 일”이라며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하나같이 진실을 거부하고 선서를 거부하고 위증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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